차기 감독으로 라니에리를 추천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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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회 1차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김 위원장의 발표에 의하면 차기 감독은 축구 협회에서 추구하는 철학[각주:1]을 가졌으며, 9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한 나라에 걸맞은 감독을 뽑겠다는 게 주였다. 다시 풀어서 설명하자면 한국 축구의 스타일에 맞는 압박 축구 형태의 전술을 구사하며, 단순히 실력을 떠나서 어느 정도 네임밸류가 갖추어진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어 현재 10명의 후보군을 리스트에 올려놓고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이름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이미 언론에 알려진 루이스 스콜라리 감독을 비롯해 루이스 판할,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등이 언론에 거론되었다.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사진=스포티비)

 

필자는 여기서 클라우디오 라니에리(Claudio Ranieri) 감독의 이름이 언론에서라도 거론된 게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차기 국대 감독으로 고민하던 중 가장 한국 축구에 어울릴 것 같은 감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황색언론은 왜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을 차기 대한민국 축구팀을 맡았으면 하는지 따져볼까 한다.

 

'The Tinkerman' Claudio Ranieri

 

클라우디오 라니에리(Claudio Ranieri) 감독 (사진=메트로)

 

 사실 라니에리는 기적 같은 레스터 시티의 감독이 되기 전 전형적인 B급 이탈리아 감독으로 평가되어 왔다. 다시 말하면 무너져가는 팀에 급히 투입돼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내는 긴급 소방수 역할이었고, 이때 붙여진 별명이 'The Tinkerman'이다. 'Journey man'과 'Repair man'의 합성 단어로 1987년 감독 생활을 시작해 무려 16팀을 맡으면서, 3시즌 이상을 넘기기 힘들었던 라니에리 감독에게 그야말로 잘 어울리는 별명이었다. 하지만 라니에리는 짧은 시간 선수를 하면서도 늘 무언가를 남기고 갔다. 그것은 바로 라니에리가 발굴한 새로운 선수였다.

 

 리빌딩의 귀재

 

당시 라니레이가 발굴한 발렌시아 선수들은, 차기 베니테즈 감독 체제하의 우승의 주역들이 된다. (사진=게티이미지)

 

 현재 대한민국 축구팀은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 이것은 비단 전술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존의 2002년의 멤버들은 물론이고 원정 첫 16강을 기록했던 2010년 멤버들도 대부분 다음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마지막 노장 투혼을 보여주거나, 혹은 이미 은퇴를 해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라니에리의 새로운 선수 발굴은 다음 월드컵뿐 아니라 앞으로의 대한민국에게도 꽤 큰 자산이 된다. 그동안 라니에리가 감독을 맡으면서 2군에 있던 선수를 발굴하거나, 영입해서 성공한 선수들을 살펴보자.

 

  • 1991-1993 SSC 나폴리 지안프랑코 졸라, 파비오 칸나바로 (1군 승격)
  • 1993-1997 ACF 피오렌티나 후이 코스타, 프란체스코 톨도 (영입)
  • 1997-1999 발렌시아 CF 미구엘 앙굴로, 가이스타 멘디에타, 프란시스코 파리노스, (1군 승격) 산티아고 카니자레스 (영입)
  • 2000-2004 첼시 프랭크 램파드, 엠마누엘 프티, 바우더베인 젠덴, 예스퍼 크론카르, 윌리엄 갈라스 (영입), 클로드 마켈렐레, 조 콜, 데미안 더프, 웨인 브리지 (로만시절 영입), 존 테리 (주전 승격), 로베르트 후트 (1군 승격)
  • 2007 파르마 쥐세페 로시 (영입)
  • 2015-2017 레스터 시티 제이미 바디, 리야드 마레즈, 은골로 캉테 (영입)

 

 전술

 

요즘 대한민국 국가대표 공격진은 바디나 마레즈같은 역습 전술에 능한 공격수들이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사진=구글)

 

무엇보다 중요한 건 라니에리의 전술이다. 사실 다른 감독에 비해 '라니에리 스타일'의 전술이라고 할만한 건 없다. 그저 평범한 4-4-2의 전술을 매번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라니에리의 4-4-2가 최근 축구계에서 확실히 먹혀들고 있다. 마치 복고풍의 포마드 머리 스타일이 뜨듯 라니에리는 레스터 시티에서 클래식한 20년 전의 4-4-2 스타일을 기반으로 한 토탈사커로, 미드필더와 수비 두 라인의 간격을 극도로 줄이며 압박을 구사해 볼을 뺏고, 이를 주력이 좋은 투톱에게 역습 찬스를 내주는 것이다.

 

실제로 이 전술은 결국 이번 한국 대표 팀에서도 유용했다. 바로 이번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 팀의 플랜 A가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앞선 슈틸리케 호의 경질 후 급히 팀을 맡은 신태용 대표 팀 감독은 다양한 전술을 시도해보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전술이 녹아들기는 힘들었다. 이때 라니에리가 사용한 4-4-2 전술을 시도했고 상대적으로 월드컵에서 약팀이었던 한국 팀에게 임시방편으로 꽤 잘 맞는 옷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레스터 시티의 전술 상황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해보자. 공격시 공격수들은 살짝 비대칭적으로 위치해져 있고, 그들을 맨마킹하기 위해 수비수들 역시 살짝 불균형적으로 배치되게 된다. 그렇게 빈 공간이 비대칭 안에서 생길 때 빠른 주력을 이용한 제이미 바디나 리야드 마레즈가 득점을 노렸고, 마침 대한민국에도 황희찬, 손흥민 같은 주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공격수로 자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호재다. 하지만 상대편의 불균형만큼 대한민국 팀의 수비에서의 불균형도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하는데 그걸 막아주었던 게 지금 첼시에서 뛰고 있는 은골로 캉테다. 엄청난 활동량과 차단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플레이다. 사실 대한민국에서는 은퇴를 앞두고 있는 기성용 선수를 제외하면 이런 롤을 맡아줄 선수가 현재로 부족한 게 하나의 불안요소이긴 하다.

 

 동기부여와 멘탈 관리 

 

라니에리는 최근 프랑스의 낭트 감독에서 물러나 다시금 무적신세가 되었다. (사진=구글)

 

이번 월드컵에서 감독과 전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줄었다. 리베로, 플레이메이커부터 시작된 앵커맨, 티키타카, 스위퍼형 골키퍼, 게겐프레싱까지 전술과 관련된 기사들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 즉 최근 축구의 핵심은 어떤 전술로 선수들을 조율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동기부여로 선수들을 좀 더 뛰게 하느냐에 중점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라니에리의 동기부여 능력 또한 체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라니에리는 무너져가는 강팀의 소방수를 맡아 주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멘탈이 무너져가는 슈퍼스타들에게 크게 화내지 않고 조용조용하게 확실한 루틴으로 다시금 기본기와 전술을 지휘하면서 다시금 그의 경기력이 돌아오게끔 만들었다. 약팀이었던 레스터 시티를 승리의 조건으로 피자를 사주는 등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우승을 이끌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다. 이는 대한민국 축구 선수들에게 꽤나 잘 어울리는 리더쉽이 될지도 모른다. 전의 토니 그란데 코치는 대한민국 대표 팀의 투쟁심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꼭 투쟁심이 윽박질러서 깡으로 만들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계란 사태까지 겪으면서 멘탈이 많이 무너진 대한민국 축구 대표 팀에 격려와 다시 한번 초심을 다지는 리더십으로서 예전의 투쟁심을 되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라니에리 감독은 로만체제의 첼시나 레스터 시티 두 번째 시즌처럼 스타가 된 선수들을 잘 장악하지 못한다는 단점 또한 감독 전술과 지시를 그대로 잘 받아들이는 대한민국 축구과 꽤나 상성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불안요소

 

분명 2014년 그리스 대표팀 같은 불안요소도 존재한다. (사진=구글)

 

물론 완벽한 인간은 없다. 라니에리도 마찬가지고.

 

라니에리에게도 불안요소는 확실히 존재한다. 특히나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을때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둔 경험이 있다. 특히 2014년 그리스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으나, 2016 유로 예선에서 4경기 연속 무승에 유럽 최약체인 피파랭킹 187위의 파로 제도에게 0대1로 패하면서 조 최하위로 추락해 바로 경질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전술은 승리를 가져다주지만, 그의 축구는 자극적이지 않다. 누가 봐도 뻔한 스타일의 전술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만약 앞선 그리스 대표팀처럼 중요한 경기에서 지루한 무승부 만을 기록한다면, 교체에도 소극적이고 경기 내의 유연성도 떨어지는 라니에리 감독의 전술을 곧바로 들끓는 한국 여론의 직격타를 맞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라니에리는 확실하게 훈련과 휴식을 나누는 스타일이다. 늘 열심히 노력하고 다듬어야 한다는 한국 여론 스타일에 안 맞을 수도 있다. (지금도 KBO에서 외국 감독에게 늘 제시되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라니에리는 조용하다. 판할이나 퍼거슨처럼 마음에 안 들면 헤어드라이기를 돌릴 양반이 아니다. 따라서 축구협회에 휘둘리거나, 반대로 휘둘리지 않는다면 그냥 조용히 사퇴해버릴 수도 있다.

 


 

앞선 이야기들은 모두 그야말로 가정이다. 라니에리 감독이 선임되고도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무의미한데, 심지어 거론이 될지 말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희망사항을 적고 있는 것은 의미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클린스만 저팬이 거론되고 있는 옆 라이벌 국가를 보고 있노라면 오늘도 조급해지는 대한민국 축구팬으로써 그저 한 자 적어보고 싶었다.

 

그저 한 축구팬의 희망사항인 오늘의 글이었다. (사진=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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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능동적인 축구로 승리를 추구하고 ▲지속적으로 득점 상황을 창조해내는 전진 패스, 전진 드리블에 우선순위를 두며 ▲주도적 수비리딩으로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는 적극적인 전방 압박을 실행하고 ▲상대의 볼 소유 상황에서 강한 역습을 시도하는 축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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