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기의 불편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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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제목을 몇 번이고 생각했다.

 

과연 한 사람의 죽음을 두고 이런 제목을 붙여도 될까.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미투(#MeToo: 나도 당했다)운동이 이번 자살이라는 변수로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해 한번쯤은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이 제목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미투운동은 연출가 조증윤, 이윤택의 연극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던 2018년 2월 20일 새벽, 디시인사이드 연극·뮤지컬 갤러리에 한 익명의 네티즌이 '청주대학교에서 연극학과 교수였던 연예인이 몇 년간 여학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본교에서 조사가 진행됐고, 그 결과 혐의가 인정되어 교수직을 박탈당했다고 한다.'라고 폭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네티즌들은 해당 연예인을 찾기 시작했고 배우 조민기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에 청주대학교의 공식 입장으로는 확실한 성희롱, 성추행의 수위가 어디인지는 파악이 되지 않지만, 확실히 관련 문제가 불거졌으며, 이에 중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2월 20일 8시 JTBC 뉴스룸에서는 조민기 성추행 의혹에 대해 다뤘고, 초반 조민기 측의 입장은 강경했다. 조민기에 인터뷰에 따르면 모든 사실은 명백한 루머이며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아래와 같은 발언이 여론의 공분을 사기 시작했다.

 

"가슴으로 연기하라고 손으로 툭 친걸, 가슴을 만졌다고 진술한 애들이 있더라."

"노래방 끝난 다음에 얘들아 수고했다 안아주고... 난 격려였다."[각주:1]

 

이런 JTBC 뉴스룸의 인터뷰 이후 조민기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학생들의 연이은 폭로가 시작되었다. 심지어 신인 배우 송하늘은 자신의 본명을 밝히면서 폭로를 하기도 했다. 심지어 여학생뿐만이 아니었다. 이런 성추행을 목격한 남학생들의 증언까지도 이어졌으며, 심지어 자신이 성희롱 당했다는 남학생도 등장했다.

 

2018년 2월 21일 오마이뉴스에서는 조민기에 대한 징계의결서를 입수해 성추행 사실을 공개했다. 하지만 채널A '뉴스 TOP10'에서 조민기의 입장은 "내 모교고 내 후배들이라 스케줄도 포기하고 7년간 강의를 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음해가 계속되어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해 1차 사표를 썼다"는 입장을 냈고, 이에 청주대학교 측에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음해 관련 발언'은 상당히 유감이며 학생 보호가 최우선인 입장을 바꿀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여기에 학생말고도 다른 피해자들이 나타났다. 2018년 2월 26일 조민기가 자주 가는 커피숍의 직원 역시 모델을 시켜주겠다며 접근해 자신의 차에서 강간을 시도했다는 폭로와 미인대회의 한 참가자가 조민기의 성희롱 메세지에 화가 났다는 폭로였다. 결국 2월 27일 조민기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잘못입니다.

 

저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 제 잘못에 대하여 법적, 사회적 모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시간들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닥치다 보니 잠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점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사죄드립니다.

 

늦었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겠습니다. 남은 일생동안 제 잘못을 반성하고, 자숙하며 살겠습니다.

 

앞으로 헌신과 봉사로써 마음의 빚을 갚아나가겠습니다. 거듭 고개숙여 사과드립니다.

 

2018. 2. 27 조 민 기

 

하지만 폭로는 멈추지 않았다. 2018년 2월 28일 조민기가 한 여성에게 음란한 언행 및 중요 신체부위를 찍어 보낸 카톡이 제보되었다. 기사로 이미 조민기의 이미지는 더 이상 떨어질때가 없는 정도였지만, 개인적인 카톡의 공개는 또 다른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당시 메세지는 아빠와 딸이 함께 하는 리얼리티 '아빠를 부탁해' 출연시기와 겹치면서 더욱 충격을 주었다. 배스킨라빈스31에서는 이 카카오톡 메세지를 패러디해 광고로 사용해서 논란을 빚고 사죄하기도 했다.

스포츠조선에서 조민기의 카톡내용을 재구성한 이미지가 더욱 큰 충격을 주었다. (사진=스포츠조선)

 

이미 경찰 수사는 들어간 상황이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2018년 2월 22일 인터넷 게시글과 학교 자체 조사 등 내사 결과에서 드러난 피해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어 수사로 전화했다고 설명했으며, 강제추행혐의의 피의자로서 형사입건 처리해서 3월 12일 정식으로 포토라인으로 세워 소환조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2018년 3월 5일 한 달간 출국 금지 조치까지 취해졌다. 피해자가 워낙 많았고, 교수의 직책을 악용한 성폭행인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속영장 청구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제 3월 9일 오후 4시경 서울 광진구 구의3동 대림아크로리버 지하주차장 옆 창고에서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이에 충북지방경찰청 측은 "조민기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된다."고 밝혔다.

 

조민기의 사망 이후 디스패치에서 손편지로 쓴 사과문을 공개했다. 공식 사과를 밝히기 전인 2월 26일에 쓴 것으로 디스패치 측은 자칫 언론에다 사과하는 것으로 비춰질까봐 거절했다는 말을 남겼다. 채널A의 뉴스 TOP10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족을 걱정하는 인터뷰의 내용이 자칫 피해자들을 무시한채 가족들의 걱정만 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부차적인 보도를 붙이기도 했다.

 

결국 조민기의 사망은,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사법절차에 따른 형벌과 함께 소위 '공인'이라는 사회적 매장의 고통이 크게 더해지면서 결과적으로 나타난 불행한 결말이다. 때문에 연예인의 사망을 두고 왈가왈부하기는 그렇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허무한 죽음으로 인해 아무도 만족할 수 없는 결말로 종결되어 버린 것이다. 가해자는 뭐 하나 책임지지 않고 사망해버렸고, 피해자는 여전히 아무런 결과 없이 피해자로 남게 되었다. 스스로의 죽음으로 죗값을 대신하는게 아니라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지 털어놓고 사죄를 하며 법이 내리는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었다. 또한 고발한 피해자들은 '자살 원인 제공'이라는 또 다른 심리적 아픔을 겪을 것이며, 지금 현재 일어나는 미투 운동에 '죽음'이라는 가해자의 협박 레퍼토리가 하나 추가 된 것이다.

 

한 사람이 죽고 하루 만에 비판의 글을 쓰기는 좀 그랬다. 해서 하루간의 생각을 끝낸 뒤에 이렇게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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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실상 이런 행동도 성추행에 해당되는 행동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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