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돼지국밥 · 밀면 (자매순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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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짱, 그는 날 버리고 말았다. 무우상 따윈 안중에도 없는 인기인이자 부산의 탕아 파티피플 메이져리거 힙스터 카사노바 편짱은 부산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약속했던 모든 꿈과 미래는 하얗게 아니 잿빛으로 흩어지며 사라지고 말았다. 그가 없는 서울에서 몇 날 며칠이고 절망감에 휩싸여가며 술독에만 기대어 하루하루를 보내던 무우상은 스스로가 어디인지 무엇을 하는 존재인지도 모르고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던 도중 어떤 가게를 만나게 된다.

뚝섬역 부근 부산 돼지국밥 · 밀면 (자매순대국)

위치는 뚝섬역 부근. 서울숲쪽으로 20여미터를 걸어가다 서브웨이를 끼고 왼쪽으로 돌면 작은 골목이 나온다. 원래는 근방에서 유명하다는 순댓국 집에 지친 몸과 마음을 녹이러 가던 길이었다. 그러던 중 뜻하지 않게 다른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가게 이름은 '자매순대국' 작은 글씨로 쓰여있어 잘 눈에 띄지 않는 가게 이름보다는 큰 글씨로 '부산 돼지국밥 · 밀면' 이라는 메뉴명이 먼저 인사하는 가게. 경남분들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서울에는 순댓국 집은 많아도 돼지국밥 집은 잘 없다. 특히나 뭔가 부산에서 먹는 그 돼지국밥의 투박하고 진한맛을 가진 가게는 더더욱 찾기가 힘들다. 그래서 저 간판을 보고는 혹하는 마음에 발길을 돌려 이 집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단촐하다. 딱히 인테리어라고는 신경쓰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것 같은 실내. 흔히 보는 고동색 탁자에 필요한 양념들과 수저통이 전부이다. 벽에 장식이나 색다른 인테리어 같은건 애써 배제한듯도 보인다. 그리고는 메뉴를 보자. 무우상에겐 앞서 말한 실내분위기보다 먼저 메뉴가 확 눈에 들어왔다.

군더더기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메뉴구성

돼지국밥 & 순댓국 (보통과 특이 있다.)이 전부다. 하물며 수육도 없다. '밀면은?' 하고 생각이 들어 여쭤보니 여름만 밀면을 하신단다. 이건 진짜다. 이렇게 뚝심있게 하나의 메뉴에만 매진해도 제대로 된 맛을 끌어내기 힘들거늘 요즘 음식점들은 이것저것 메뉴가 너무 많다. 그러다보니 이 가게가 어떤 것을 잘하는지, 어떤 재료들이 신선한지 알 수가 없어 유명하거나 많이 찾는 메뉴가 아닌 전혀 엉뚱한 메뉴를 맛보고 실망하고 떠나게 만드는 경우도 허다하다. 술도 저녁시간에 반주로만 판매한다고 적혀있다. 수육도 아마 술 안주로 늘어지는 사람들이 싫어 빼버리신게 아닐까 추정된다. 술에서 나오는 이윤이 꽤 될것인데도 뒤돌아보지 않는다. 이런 부분도 아쌀하다.

 

우선 대표메뉴인 돼지국밥을 주문했다. 우선 공기밥과 함께 깔끔한 김치와 단정한 깍두기가 나오고, 다대기와 고추 다진것을 주신다. 군더더기 없다. 일견 초라해 보일 수 있지만 이거면 충분하다. 탕이 나오기 전에 김치를 한점 집어 입으로 가져왔다. 적당히 새콤하게 발효된 김치가 깔끔하고도 시원한 맛을 내주신다. 김치 하나에서도 가게 분위기와 메뉴에서 느껴지는 아쌀함이 있다. 군더더기따위는 개나 줘버려. 채울곳만 채우고 나머지는 비워두셨다. 깍두기도 마찬가지. 흔히 국밥집에서 많이 나오는 달달한 깍두기가 아니다. 많은 부재료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무우의 아삭함이나 시원함이 제대로 살아있는 맛이다. 깊은 맛은 조금 아쉽긴 했지만 뭘 더 바라랴.

 

드디어 탕을 받았다. 부추가 들어있다. 서울에서 먹는 순댓국에서는 부추가 잘 보이지 않는다. 다시 방문했을때 알게된 것이지만 이 가게에서도 순댓국에는 부추를 넣어주지 않으신다. 살짝 아쉬울 정도의 간이 되어있어 새우젓으로 간을 더했다. 국물은 깔끔하고 투명한 스타일. 무우상은 뽀얗게 올라온 국물보다는 이렇게 투명하면서 진득한 국물을 좋아한다. 깊이가 한없이 깊어 빨려들어갈 만큼의 시원함이나 식사 후에도 한참이나 입을 쩝쩝거리게 만드는 끈적함까지는 없다. 하지만 점심시간에 무심코 수저를 든 외지인이 빠져 허우적거리기엔 충분한 깊이다. 머릿고기나 수육도 잘 삶으셨다. 적당히 도톰한게 프랜차이즈 국밥집에선 만나기 힘든 식감을 전해준다. 양이 좀 적은건 아쉽지만 6,000원이라는 가격을 감안하면 차고 넘친다.

반갑다 부추야

조만간 특을 시켜서 고기와 함께 소우주를 한잔 즐기리라 다짐했다. 그렇게 고기 한번 김치 한번 집어가며 밥을 먹다보니 어느새 바닥이 보인다. 매번 공기밥이 일반적으로 한국인이 식사에서 즐기는 밥보다는 약간 건조한 상태로 제공이 된다. 이게 밥을 말았을때 더 빨리 육수가 스며들기 위한 선택이신지 아니면 장시간 보온을 유지하다 우연히 생겨난 결과인지는 모르겠다. 밥 자체는 다른 것들의 수준에는 조금 모자른 느낌이다.

 

몇 번을 방문하다보니, 안면이 있는 단골 노인분들께는 점심에도 소우주를 한병씩 제공하시는 것 같다. 나는 저녁에 특으로 두병 정도 먹어보고 싶은데 아마 한병 밖에는 안 주시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혹시 모를 그 날을 위해 현금으로 계산하고 가게문을 나섰다. 전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한파인데도 속이 든든하니 들어올때 보다는 훨씬 따뜻하게 느껴진다. 가까운 동선 안에서 이렇게 멋들어진 가게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다음을 기약한다. 분명 여름에 하시는 밀면에도 주인장의 정신이 깃들어 있으리라.

조만간 특을 시켜서 고기와함께 소우주를 한잔 즐기리라 다짐했다.

 

Copyright ⓒ 무우さ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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