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와 깊은 고깃국의 내공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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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의 추심보다 심하다는 편집장의 집요한 독촉에 시달리며 몇날며칠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겨우 생각난 주제가 있어 써보기로 하고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기존에도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도시 중 하나였던 경주시가 알뜰신잡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의 방문에 힘입어 다시금 조명받고 있는 상황. 대단한 면면의 출연자들의 깊은 내공과 걸출한 입담에야 어디 비할바 있겠냐만은 무우상 관점에서 알리고 싶은데도 방송에 나오질 않아 아쉬웠던 곳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경주에서 가장 대표적인 랜드마크는 무엇일까? 첨성대? 불국사? 등등 유명한 곳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무우상은 지금은 옛날만큼 주목받지 못하고 잊혀져가고 있어도 한때는 수많은 관광객들을 경주로 입성시켰을 '경주역'이 떠오른다. 뭐 무우상의 여행패턴이라는게 사전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일단 역이나 터미널에 가서 관광지도를 하나 입수하고는 그걸 보면서 이곳 저곳 즉흥적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스타일이라 더 친숙할지도 모르겠다.

 

 '여행에 대한 테마나 목적, 방식들은 사람들마다 다양하겠지만 무우상이 선호하는 방향은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고 그들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것이다.' 라고 쓰고보니 그렇게 거창하지도 않고, 사실과도 다른 느낌이 든다. 미안하다. 취소. 실제로는 그냥 정처없이 돌아다니면서 소소한 발견들을 하는것이 재미라고 생각하는듯 하다.

 

 무우상은 타지의 여러가지 모습중에서도 먹거리에 '특히' 관심이 많은 사람인지라 음식점, 식료품점, 시장 같은 곳을 둘러보는 것을 즐긴다.

앞에서 기술한 살짝의 양념을 보태어 경주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중 하나인 경주역에 들러서 역사(驛舍) 내부를 둘러보면 나름 아기자기한 노력들이 약간의 실소와 함께 즐거움을 주려는 노력들이 보인다. '경주역의 역사' 같은것은 다른 역들과 대동소이 하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지로써 없으면 서운한 내용이고, 뒤뜰에는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자물쇠들이라던지 귀엽지만 안쓰럽게 좁은 우리안에서 갇혀있는 경주역 마스코트 경주견(犬) 동경이까지 만나면 우선 경주 역사 탐험은 종료.

 

이제는 길 건너편에 위치한 커다란 보물창고 '성동시장'으로 향할때다. TK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양반들의 고장이라 그런지 소고기를 사용한 붉은국물 국밥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대구의 따로국밥이나 육개장도 훌륭하고 좋았지만, 무우상이 가장 감동받은 국물 한 대접은 여기 성동시장 안에 있었다. 이미 티비등에도 여러번 소개되어 유명세를 탄 곳이지만 의외로 막상 경주를 방문했을때 그냥 흘러넘기기 쉬운 곳이라 다시 한번 소개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KTX에 밀려 소박하고 조용한 모습으로 중심 랜드마크에서 한켠으로 물러난 경주역을 방문하려는 목적이 아니면 굳이 잘 방문하게 되지 않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꽤 큰 성동시장의 내부를 마치 시장을 처음 본 사람처럼 마음껏 둘러본 후 안쪽 구석으로 들어가면 한식뷔페존(Zone)이 나온다. 오픈형 포장마차 같은 자그마난 가게들이 크게 지붕이 있는 실내에 등을 맞대고 앉아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삼삼오오 모여있다.

 

어떤 가게를 골라도 좋다. 쓰윽 둘러보고 맘에드는 찬과 국이 있는 가게에 앉으면 주인장께서 접시를 하나 건내주시고 마음껏 골라먹으라고 넉살좋게 한마디 해주신다. 보통은 국거리를 두어가지 준비해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가게들이 많다. 매운맛과 덜 매운맛. 그날 무우상이 고른 국거리는 빠알간 국물의 고깃국이었다. 주문하는 순간 커다란 통에서 칼칼하게 매운 국물과 무, 소고기, 콩나물등을 한 국자 크게 퍼주시고는... 여기서 화룡점정! 즉석에서 생마늘을 다져 국 위에 얹어주셨다.

마늘을 참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어떤 요리에나 마늘을 집어넣는 마늘 바보 무우상이지만 그때 그 마늘의 활용새가 가장 멋있고 황홀한 한수였다고 생각한다. 이것저것 맘에드는 찬을 한 젓가락씩 집어먹다 보면 어느새 밥이 다 동나버렸다. 더 많이 집어넣을 수 없는 스스로의 배를 원망하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시장에서 빠져나오다 보면 또 다른 명물인 우엉김밥도 얼른 맛보라며 원조경쟁을 하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정작 원조집 아주머니는 시크한 표정으로 묵묵히 당신 할 일만 하고계셨다.

 

 마늘을 사용한다는것, 그 중에서도 생마늘. 그리고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빠알간 소고기 국밥이지만 그 깊은 내공은 어디서나 쉽게 접하기 힘든 맛이었다고 생각한다. 뭐 추억보정도 어느정도는 있었겠지만. 경치좋고 세련된 곳에서의 빠르고 쾌적한 여행도 좋지만 가끔은 쉬어간다는 의미로 성동시장에서 빠알간 소고기국에 찬을 늘어놓고 한끼를 만나보는 것도 권하고 싶다.

 

Copyright ⓒ 무우さ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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