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백선생과 요섹남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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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우상은 혼자 사는 처지라 싫더라도 가끔은 요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뭐 매 끼니를 외식으로 때울 수도 있겠지만, 실은 요리하는 것을 그렇게 귀찮아 하거나 싫어하진 않는지라 가끔씩은 즐거운 마음으로 요리를 하곤 한다.

 

어릴때는 그냥 라면이나 겨우 끓여먹는 정도였지만 군대를 다녀온 후 처음으로 했던 아르바이트가 대학로의 작은 피자집이었고, 서브메뉴로 몇 가지 스파게티를 내어놓는 곳이어서 간단한 조리를 해야하는 일이었다. 그러한 인연이 닿았는지는 모르지만 그 후로도 주로 술집 주방에서 보조역할을 하는 아르바이트를 주로 했었고, 집에서도 살기 위한 몸부림을 쳐가며 하나씩 레파토리를 늘려가며 살아왔다. 게다가 가끔씩은 주위에서 무우상의 요리를 맛보고 칭찬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렇게 살아보니 어설프지만 요리나 음식에 대한 나만의 관점이라는 게 생겼다. 나는 주로 요리를 음악에 비유하곤 하는데 그 중에서도 베이스, 미들, 하이로 구분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시다시피 음악에서는 저러한 분류법을 잘 사용하기도 하고, 싸구려 오디오에선 이퀄라이저가 대략 저런 구분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요리도 음악처럼 베이스, 미들, 하이로 구분해보면 생각보다 쉬운 일이다. (사진=구글)

그 각각을 요리에 비유해보자면, 베이스는 기본이 되는 육수나 주 재료를 의미하고, 미들은 간, 그리고 하이는 향신료의 구분이다. 간단하지만 저렇게 큰 틀로 구분해놓고 보면 대략 요리의 밑그림이 보인다. 예를 들어 된장찌개는 멸치 등의 육수로 베이스를 구성하고 된장으로 간을 맞추며, 취향에 따라 고춧가루나 청양고추 등으로 매운맛과 향을 더해주는 요리라는 식이다. 또한 파스타는 베이스인 소스를 대략 오일, 토마토, 크림 등으로 구분하고 면 종류를 달리해서 토핑을 얹는 요리이다. 어떤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가?

 

그렇게 커다란 구분만으로 대충 냉장고의 재료들을 구성해가며 몇 년을 살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하는 요리들이 대충 몇 가지로 맛이 비슷한 형태로 굳어지기도 하고, 다양하고 조화롭거나 깊은 맛을 내기에는 부족한 수준에서 머물렀다.

 

당연하지, 너무 쉽게 생각해서 재료를 다 때려 붓는 형태의 요리가 섬세하고 깊을리가 없으니까. 그럼 조금 더 요리의 깊이를 풍성하게 하고 섬세한 맛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하지하고 고민하면서 부터 조금씩 귀찮은 조건들이 들어가게 된다.


모든 예술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기본기가 중요하듯 요리도 예술인지라 기본에 충실한 작업들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원재료의 손질

 

같은 재료라도 선도와 손질의 차이에 따라 그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살려주는지 들어갔다는 생색만 내는지가 달라진다. 양파 하나라도 어떤 모양으로 썰어서 언제 후라이팬에 들어가는지, 찬물에 담가 매운맛을 빼주는지에 따라 그 맛과 향이 다르다. 육류나 해산물은 해동상태와 밑간은 물론 칼질과 사전 준비 등으로 저렴한 재료가 멋진맛을 내기도 하고 좋은 재료를 망치기도 한다.

 

타이밍

 

처음 서바이벌 요리를 시작했을 당시부터 한참동안 내 요리는 모든 재료들을 사전에 썰어놓고 한꺼번에 가열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니 각 재료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어떤 녀석은 잘 익고, 어떤 녀석은 설익어서 맛이 안나는 경우가 있기도 했다.

 

불 조절

 

이건 아직도 잘 안되는 부분인데, 약불, 중불, 센불은 다 각각의 역할이 달라 필요한 타이밍과 쓰임새가 다르다. 조금 더 나가면 중탕이나, 복사열, 직화 등의 구분으로 보다 고급스러운 맛을 만드는 조리의 필수조건이다.


흔히 요리를 잘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레시피를 보고도 레시피에서 시키는대로 안해서 망치는 경우가 많다. 임의로 어떤 부분은 지키질 않거나 양을 더하거나 빼고, 혹은 써 있지 않는 과정을 추가시킨 후에 그 레시피가 잘못되었다고 투덜대거나 아니면 역시 자신은 요리와 맞지 않는다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요리도 하나의 복잡한 창작과정이고 예술인지라 하나하나 정해진 수순을 밟아가며 정확히 나사를 조이지 않으면 원하는 모습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쉬운말로 정말 기초적인 것들을 잘 지키며 시키는 대로'만' 해야 레시피 작성자가 추구하는 맛이 나온다는 이야기이다.

레시피에서 시키는대로'만'해도 실패하지 않는다. (사진=tvN)

무우상이 이야기한 분류법과 기초과정들 이외에도 훌륭한 요리를 만드는 많은 부분들이 필요하겠지만, 우선은 이 정도만 알아도 충분히 가정에서는 만족스러운 겨로가물이 나올거라고 생각한다. 오늘 한번 무우상이 말한 세 가지를 참고하면서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 앞에 서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결과는 장담 못하지만, 접근방식이 달라지면 요리라는 거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여러분의 건투를 빈다.

 

Copyright ⓒ 무우さ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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