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아버지의 해방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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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플롯이다.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정작 그를 잘 몰랐던 딸이 그 아버지의 장례식을 계기로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며 자신이 몰랐던 아버지의 모습을 알아간다.

 

더 낯익은 내용이다. 그 한 사람 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 아버지와 얽혀있는 사람들의 행태가. 내가 어제도 오늘도 보고 겪어온 바로 곁의  한 사람 두 사람의 그것이라 너무나도 낯이 익다. 그래서 징글징글하다. 그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생겨난 결과인지 너무나도 잘 알겠어서 소름이 끼친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지아 지음 : 창비, 2022 (사진=무우상)

 

이것이 한국 문학이다. 내가 나고 살아가는 곳에 함께 얽혀있는 흙먼지 처럼 뒤엉켜 있고 눌어붙어 떼어내려 해도 잘 떨어지지 않는 생채기 같다. 이곳에 진짜 한국말이 살아있다. 세월과 한을 녹이고 욕망을 투영시킨 진짜 한국어가 살아있어서. 가끔 이렇게 한국문학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된다.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징글징글하다.

 

참 작은 나라에서 참 속도 작아진 사람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고 또 그 상처를 문대가며 비비고 엉켜서 치유하며 살아간다. 참 짧은 시기에 모질게도 많은 사건들이 사연이 되어 서로를 찌르게 만들었다. 아직도 남아있는 상처들이 또 고름이 되고 다시 서로를 찌르면서도 함께 부둥켜 안고 살아가는 게 인생인가 보다.

 

Copyright ⓒ 무우さん。


ⓒ무우さ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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