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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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가 한국에서 연재되던 시절은 1992년부터였다. 1991년 2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소년 점프의 연재작이었던 슬램덩크는 1992년 국내 신생잡지인 대원(현 대원씨아이)의 소년 챔프에 몇 페이지씩 잘라서 연재되기 시작했다. 1991년 막 창간했던 소년챔프는 경쟁사인 서울문화사(현 서울미디어코믹스)의 아이큐점프와 국내 첫 정식 계약해 가져온 작품인 드래곤볼에 꽤나 고전하고 있던 터라 편집부에서 전략적으로 같은 잡지 소년 점프의 연재작이었던 슬램덩크와 판권 계약을 한 것이다.

 

슬램덩크의 수입은 소년 챔프의 라이벌 아이큐 점프의 드래곤볼을 이기기 위함이었다. (사진=구글)

 

1989년 창간된 국내 만화잡지 아이큐점프의 간판작품이던 드래곤볼은 매 호 10만 부 정도가 팔렸던 아이큐 점프의 판매량을 5배 이상으로 끌어올린 초 히트작으로 그전까지 해적판으로 소개되던 것을 국내 최초로 일본 만화와 정식 판권계약을 맺어 발매할 정도로 공을 들인 작품이었다.

 

점프의 약진에 주목한 대원문화사 역시 드래곤볼을 가져와 히트 친 아이큐점프의 황경태 편집장을 데려오며 집영사의 간판 소년 점프의 또 다른 인기작인 슬램덩크를 가져온다. 이는 로컬라이징 이름인 '강백호', '서태웅'을 만들어낸 당시 신참 직원이던 장정숙 씨의 제안이었다.

 

로컬라이징 이름을 만들어낸 장정숙 씨 (사진=구글)

 

당시에 한참 태동하던 대학농구 붐, 마이클 조던의 불스 전성시대와 MBC 드라마 마지막 승부(여담인데 이 드라마 주제가는 사실 유명한 일본 곡의 표절곡 -테라다 케이코/Paradise Wind-이었다.)의 약진에 힘입어 슬램덩크는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PC통신에는 일본 유학생들을 통해 수입된 소년 점프를 읽고 나서 연재본의 내용을 텍스트로 정리해서 올려주는 사람이 존재했었고 국제전화로 내용을 전해받는 사람까지도 있었다. 슬램덩크는 일본서도 1억 부가 팔렸지만 한국에서도 1500만 부를 넘게 판매했고 현재 판매되는 한국판 프리미엄 신판은 일본에 없는 오직 한국서만 발매된 상품이다.

 

한국에서만 발매된 슬램덩크 프리미엄 신판 (사진=구글)

 

단순히 슬램덩크를 애들이나 보는 만화라고 폄하하기에는 슬램덩크는 초등학생부터 30대 직장인까지 같이 볼 정도로 엄청난 히트작인지라 드래곤볼처럼 대놓고 폭력 저질물이라며 폄하할 수도 없었고, 당구장이나 카페에 소년챔프가 배달되던 타이밍에는 당구장에 가서 5~6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슬램덩크를 읽거나 아예 해당내용만 빼서 주문하면 읽게 해 주던 시절이 있었을 정도였다.

 

이러한 어마어마한 성공은 '좀 더 많은 일본 판권작 계약을 하면 수익이 보장된다'는 명목으로 대원문화사가 학산출판으로 분사를 해 찬스를 창간하고 서울문화사 역시 하나토유메 계열 작품들을 적극적으로 계약해 윙크 컬렉션으로 발매하는 원동력이 된다.

 

윙크 컬렉션 (사진=구글)

 

슬램덩크의 내용은 인터하이 진출 후 1승을 하고, 정점인 산왕전에서 승리 후 전국제패를 하지 못한 채 준결승에서 거짓말처럼 패배를 당하며 내년을 기약하며 끝난다. '지구를 지키고 다들 평화롭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또 다른 초히트작인 드래곤볼 같은 소년만화적인 엔딩이 아닌 어째보면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미완성인 엔딩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그렇게 완결 같지만 완결은 아닌 것 같은 미완의 엔딩은 슬램덩크를 좀 더 가치 있고 여운이 남는 작품으로 만들었다.

 

비슷한 시기 같은 잡지의 히트작인 유유백서나 시티헌터는 아예 점프 특유의 앙케이트 주의와 편집부의 무리한 간섭으로 인하여 차마 이야기를 제대로 마무리할 시간도 없이 연재를 지지부진하게 이어가다 완결을 맞았다.

 

미완의 엔딩은 오히려 슬램덩크를 여운있는 작품으로 만들었다. (사진=구글)

 

슬램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 역시 토가시 요시히로도 울고 갈 집영사 편집부와의 불화를 겪은 시티헌터, 캣츠 아이의 작가인 호조 츠카사의 문하생 출신으로 편집부의 무리한 간섭과 이후 스승의 침체기를 실시간으로 목격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정말 천운이 따르는 타이밍의 완결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달을 대신해서 벌해주겠어! (月に代わってお仕置きよ!)'로 유명했던 미소녀전사 세라문도, Z 이후 Super까지 수많은 외전과 후속작이 나온 드래곤볼도 모두 현세대에까지 파급을 일으키지 못한다.

 

모두 30~40년 전 연재작품들이고 사실상 작품의 영향력은 많이 사라졌다고 봐야 할 시기이다. 1998년 연재를 시작한 토가시 요시히로의 차기작이자 점프의 기대작이었던 헌터 X 헌터는 작가의 몸상태와 연이은 휴재로 인하여 기존의 힘을 많이 상실했고 현재의 최고 인기작품이라고 할 만한 전 100권이 넘는 원피스 역시 1997년에 첫 연재를 한 만화다.

 

하지만 슬램덩크는 후일담 격인 Slam Dunk 10 days after가 잠시 나온 이후로 작가가 아예 다른 작품을 연재 중인데도 불구하고 꾸준한 생명력(특히 동인계...?)을 자랑해 왔고 The First SLAM DUNK로 30년도 더 지나 다시금 현시대에 나타났다. 비록 후세대 여러분께는 낯선 옛날 만화일 수도 있지만, 이 작품에서 그 시절 우리 세대가 느꼈던 생생함과 활력은 현시대에도 충분히 통용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을 만큼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니 여러 사람들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슬램덩크는 당시의 세대부터 지금까지 충분히 통용될 작품이다. (사진=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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