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권수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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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타자 안권수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말이 떨어지자 한때 틱톡을 강타했던 플라이 프로젝트(Fly Project)의 'Toca Toca'가 사직 구장에 울려 퍼진다. 이 흥겨운 음악에 맞춰 수많은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와 엉덩이를 흔들며 열심히 토카토카 댄스를 춘다. 그리고 이어서 로버트 마일스(Robert Miles)의 칠드런을 편곡한 그의 응원가가 사직을 메운다.

 

멀리서도 보이는 환한 웃음, 더그아웃 가까이 앉아있는 사람들은 거기까지 응원소리가 들린다고 할 정도로 전력을 다해 소리치는 그의 파이팅, 단 1년만 뛸 수 있다는 시한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최선의 플레이를 다하는 안권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이다.

 

2023시즌 롯데 선발전 1번 타자 안권수 (사진=롯데 자이언츠)

 

필자가 롯데를 응원하면서 놀랐던 순간이 딱 3번이 있었다. 게임에서나 보던 카림 가르시아가 왔을 때, 마무리에 허덕이던 당시 정대현이 영입되었을 때, 그리고 일본으로 돌아간다던 안권수가 롯데로 온다고 했을 때였던 것 같다. 물론 앞선 두 선수와 안권수의 이유는 사뭇 달랐다. 앞선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해서 놀랐던 지난 과거와 달리 안권수의 영입은 롯데가 부족한 작전수행 능력과 빠른 발을 완벽히 채워줄 선수였다는 것이었다.

 

구단 역시 안권수의 영입은 전력보강 차원이라기보다 추재현, 조세진 등의 육성 외야수가 상무로 간 공백을 채워주는 '스탑갭' 역할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롯데에서 선택한 안권수의 번호는 0번이었다. 이제 정말 카운트다운을 다 세고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을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봄에 시작된 시범경기부터 안권수는 빛나기 시작했으며 그 맹타의 열기는 개막전 1번 타자로 이어졌다. 4월 한 달간 타율은 .318(출루율 .368), 27안타 12타점, WAR 1.29(리그 3위)으로 절정의 타격감을 이어가며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예비 엔트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시즌 초 안권수의 별명은 '굴러온 복덩이'였다 (사진=구글)

 

하지만 그의 발목을 잡은 건 팔꿈치 부상이었다. 5월 들어 팔꿈치 안쪽의 뼛조각으로 인해 타격폼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에 따른 폼을 바꿔보기도 했지만 수비, 타격, 주루 부분에서 확실한 무리가 오면서 수술을 결정했다. 비시즌이거나 길게 볼 수 있는 선수라면 다음을 기대해 봐도 좋지만 1년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 야속했다. 3개월의 재활이 필요하다던 진단을 이겨내고 무려 7월 말에 복귀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만큼 서두른 탓인지 부상 복귀 이후에 성적은 봄의 안권수가 아니었다.

 

결국 마지막 9월이 되어서야 타격감을 회복했고 이는 결국 서두른 복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10월 11일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그는 신나는 등장곡 대신 부활의 네버 엔딩 스토리로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당시 사직은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는 문구를 안권수 매 타석 때마다 후면 전광판에 띄웠고, 타석에서 아웃이 되어도 응원가를 끊지 않고 계속 틀었다. 그리고 시즌 최종전인 10월 16일 한화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결국 1타점 적시타로 KBO 마지막 타석을 기록했다.

 

안권수의 2023 시즌 영입은 단순히 선수 한 명 보충에 그치지 않았다. 그동안 조용했던 롯데의 더그아웃의 활기를 채워주었고 전준우와 손아섭이 빠지면서 루키 김민석, 윤동희로 채워야 하는 외야 수비의 조율사를 담당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롯데에서 부족했던 빠른 발, 작전 수행 능력에서도 본보기가 되는 믿음직한 모습을 보였다. 이제 그는 곧 일본으로 떠나고 야구가 아닌 제2의 인생을 산다고 결정한 모양이다. 하지만 롯데 팬들은 기억할 것이다.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루어지기를. お世話になりました. 安田権守.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날 수 있기를 (사진=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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