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원 프로젝트 종료, 그 후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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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부터 정확히 1년 전인 2021년 4월 29일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48에서 선발된 12명의 소녀들이 모인 그룹 아이즈원(IZ*ONE)의 찬란했던 프로젝트가 2년 반 만에 종료되었다. 종료 당일 미야와키 사쿠라, 야부키 나코, 혼다 히토미는 기존 그룹 합류를 위해 본국으로 귀국했다. 향후 유닛 활동에 대해서도 일부 소속사의 논의는 있었으나 무산되었고, 리런칭을 위한 크라우드펀딩도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에게 슬퍼할 여운도 주지 않은 채 바삐 움직였다. 엠넷은 당장 그해 3분기에 있을 중국을 포함한 새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론칭을 위해 기존의 프로듀스 사태를 덮어버리는데 연연했고, 지상파까지도 새 걸그룹을 만들기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정신이 없었다.

 

파노라마 촬영 현장에서 (사진=구글 이미지)

차가운 마음에 틔워진 SNS

 

그렇게 팬들의 쓸쓸함에 작은 싹이 틔워지기 시작한 건 다름 아닌 SNS였다. 본 소속 그룹으로 돌아간 일본 멤버 3명이 SNS을 재개했다. 이후 5월 18일 강혜원, 20일 최예나, 23일 권은비, 이채연, 24일 장원영, 25일 안유진, 27일 김채원, 6월 3일 조유리, 7일 김민주 순으로 12명의 멤버가 모두가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면서 궁금했던 근황을 올리기도 하고 서로 간에 합동 라이브 방송을 하는 모습을 간간이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후속 활동 전부터 멤버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권은비는 '팔로우미-취향에 진심', 최예나는 '예나의 동물탐정'을 비롯한 많은 예능에 '구해줘! 숙소'의 김민주,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이채연, 그리고 지상파 음악방송 세 곳에 멤버(장원영, 안유진, 김민주)가 모두 MC로 들어가면서 프로젝트는 끝났어도 여전한 그녀들의 인지도 파워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작년 8월 24일 권은비가 첫 미니앨범 OPEN을 발매하며 아이즈원 이후 정식으로 첫 솔로 데뷔를 하는 멤버가 되었다. 마치 리더로서 새 시작의 문을 앞장서서 열어주는 것처럼 말이다.

 

예나는 동물탐정에서 멤버들의 캐미를 볼 수 있어 좋았다. (사진=스튜디오 와플)

 

포스트 아이즈원 시대의 주역도 아이즈원이었다

 

이후 조유리가 10월 7일 첫 싱글 앨범 GLASSY를 발매하며 멤버로서는 두 번째 솔로 데뷔를 한데 이어, 12월 1일에는 장원영, 안유진이 아이브(IVE)로 재데뷔를 했으며, 12월 22일에는 강혜원이 겨울 스페셜 앨범 W를 발매했다. 해가 바뀐 올해 1월 17일 최예나의 첫 미니앨범 ˣ‿ˣ (SMiLEY)가 나왔으며 반년 간 확인 불가로 일관하던 쏘스뮤직은 김민주 측이 최종적으로 이적 제안을 거절했고, 8월 한국에 귀국했던 사쿠라와 울림에서 이적한 김채원이 합류하면서 오는 5월 2일 르세라핌(LE SSERAFIM)이라는 이름으로 컴백을 예고했다.

 

아이브의 장원영, 안유진 (사진=구글)

 

기존 그룹으로 합류한 일본 멤버도 명성을 이어나갔다. 나코는 4년 만에 발매되는 HKT48의 정규 2집의 단독 센터가 되었고(정규 1집의 단독 센터는 사쿠라였다.) 이후 다방면으로 활동 중이다. 히토미의 경우는 프로듀스 48 이전과는 180도 다른 신데렐라 스토리를 써가고 있다. 2010년대 후반부터 스캔들에 휘말리며 사카미치 그룹에게도 밀리던 AKB48에게 한류와 미용, 운동 등 어린 여성 팬층을 잡는 테마와 함께 동화 같은 성장세의 서사를 가지고 있던 히토미는 천군만마 같은 복귀였다. 이후 히토미는 이야기회 전회 매진, 에이스 군단이라는 팀 A로의 승격까지 종횡무진 활약하며 다가오는 59번째 싱글에서 첫 센터가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HKT48 투어에서 만난 히토미와 나코 (사진=구글)

 

슬퍼하는 이 순간에도 

 

그렇게 우리가 슬퍼하는 사이에도 아이들은 준비하며 연습하고 있었다. 비록 아이즈원이라는 이름은 없어졌지만, 더 이상 위즈원이라 소리쳐 부를 수 없겠지만, 서글펐던 마지막 순간까지 만나지 못했던 팬들을 다시 웃는 얼굴로 보기 위해 연습실에서 노래를 부르고, 안무를 반복하며, 혹은 촬영 현장에서 또는 조용한 대기실에서 몇 번이고 대본을 외워가며 준비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기존의 모습을 넘어서기 위해 더욱 땀 흘리며 치열하게 노력했을 것이다. 북적이며 함께 독려하던 멤버 없이 혼자서 혹은 새로운 팀에서 말이다.

 

오늘 글을 쓰기 전에 우연히 SNS에서 '기분이 우울하면 과거에 사는 것이고, 마음이 불안하면 미래에 사는 것이고, 마음이 평화롭다면 지금 이 순간에 사는 것이다.'라는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한 구절을 보았다.  우리도 어쩌면 아직도 과거의 마지막 콘서트에서 머무르면서, 혹은 알 수 없는 앞으로의 활동을 예측하며 우울하고 불안했던 것은 아닐까. 이제는 팬들도 새로운 길로 뛰어가는 12명의 멤버들을 향해 "이 순간" 함께 환호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당시 아육대 경기 직후 팬들을 향해 뛰어가던 모습 (사진=폴리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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