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ZTERVIEW] 그리다 - 토미(tom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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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다

팬덤의 역사 중에서 가장 오래된 표현방식을 세 가지를 뽑으라면, 팬레터, 팬픽 그리고 팬아트일 것이다. 그렇기에 가장 많은 이들이 시도하거나 참여해보기도 하며, 그만큼 '금손'이 많은 종목이기도 해 실력자가 많기도 하다. 그러나 본지는 이미 위즈터뷰의 '그리다' 파트를 구상하자마자 찍어두었던 분인 토미(tomiii)님에게 이번 인터뷰를 간곡히 부탁드렸고 결국 승낙으로 답해주셨다. 오늘은 트위터부터 이모티콘까지 많은 곳에서 보아왔고 지금도 열심히 아이즈원을 그려내는 이 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까 한다.


 

황색언론(이하 黃): 꼭 모시고 싶었다. 인사 부탁드린다.

 

- 안녕하세요. 토미(tomiii)입니당.

* 아이즈원의 혼다 히토미와의 혼동을 위해 토미(tomiii)로 표기함.

 

黃: 닉네임은 말하지 않아도 어떤 의미인지 알겠다.

 

- 네. 중간에 바꿀까 고민도 많이 했는데, 어쨌든 히토미 덕분에 입덕한거라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黃: 그대로 입덕하게 된 순간으로 넘어가자.

 

- 프로듀스 시리즈를 (시즌 1부터) 쭉 봐왔어요. 하지만 프로그램이 끝나면 사실 그뿐이었고 프로듀스 48도 비슷했거든요. 물론 당시에도 원픽은 히토미였지만....

 

黃: 그때부터 픽은 확실했었군.

 

- 하지만 아이즈원으로 데뷔하고 나서도 아이돌 덕질도 그렇고 별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O' My! 히토미 직캠을 보게 되면서 밝게 웃으며 무대 하는 히토미에 치이고, 주변에서 (프로듀스 48을) 같이 보던 지인에게 콘서트가 있으니까 같이 보지 않겠냐고 해서 마지막 날에 운 좋게 예매에 성공했고, 그간 활동을 복습하면서 콘서트 예습을 하다가 완전히 푹 빠지게 되었어요.

 

黃: 공감한다. 콘서트 전에 복습과 예습은 필수다.

 

- 네 맞죠. 게다가 그때 시기가 개인적으로 정말 힘든 시기여서 제주도로 힐링을 위해 여행 가 있을 때였거든요. 당시에 심신이 너무 힘들고 지쳐있을 때였는데 현생으로 돌아오는 날짜가 콘서트 딱 전이었어요. 어쨌든 뒤늦게 입덕을 하면서 후회했죠. 왜 프로듀스만 보고 말았을까. (웃음)

 

토미(tomiii)

黃: 하하

 

- 제주도에서 하루 종일 히토미를 그리면서 진짜 '회복'해서 돌아왔어요. 그냥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히토미만 그렸어요. (웃음) 그래서 갤(히토미 갤러리)에서도 AI 냐고 그랬던 게 기억나네요.

 

黃: 그러면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한 건 언젠가.

 

- 히토미 갤러리를 알게 된 것이 큰 계기인 것 같아요. 프로듀스 48 때는 몰랐던 역사도 살펴보고, 열심히 눈팅을 하다 보니까 저도 글을 쓰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정보도 없는 데다 뻘글은 더 쓰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그림이라도 그려서 올리자고 생각하고 본격적인 그림 덕후의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죠. 당시 갤러들이 금손이라고 많은 관심과 격려를 해주어서 더욱 즐겁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어요.

 

黃: 오히려 글보다 더 대단한 걸 시작했다. 처음에 어떤 그림이었는지 기억이 나는가.

 

- 대단... 뭐 그런 건 아니고 저는 글을 잘 못쓰니까요. 그림도 대단히 잘 그리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낼 수 있는 표현 방식이 그림밖에 없어서요. 이게 처음 그림이네요. 부끄럽네요. (웃음)

 

처음으로 그렸던 팬아트

黃: 그 뒤의 힘든 3개월은 어떻게 보내셨는가.

 

- 팬으로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활동에 참여하면서 그림도 계속 그렸어요. 그때 모두가 그랬겠지만 간절하게 돌아오기를 기도하면서요. 팬들과 나눌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열심히 아이즈원을 응원했어요. '내가 아이돌 덕질을 할 줄이야'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黃: 토미(tomiii)님 그림을 보면 대부분 귀여운 캐릭터인데, 이런 경우에 사실 머리 스타일이 없으면 구분하기 어려운데 그렇지 않고 각 멤버의 개성이 잘 살아 있다.

 

- 이런 칭찬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사실 저의 그림체 자체는 큰 특징도 없고 매력도 없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아이즈원 멤버들과 닮아 보여야 한다는 것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아요.

 

黃: 그럼 주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는가.

 

- 멤버들의 분위기나 뉘앙스를 살리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어 히토미는 귀여운 볼에 좀 더 강조한다거나, 유리는 실제 그렇지 않지만 얼굴형이나 눈 모양을 동글동글하게 그려서 오히려 부드럽고 순둥순둥 한 뉘앙스로 표현한다거나 하는 식이죠.

 

"멤버들의 분위기나 뉘앙스를 살리려고 노력해요."

黃: 그런 디테일이 보는 사람에게서는 확 와닿는 것 같다.

 

- 그리고 멤버들의 매력 포인트는 꼭 살려서 그리려고 노력하고요. 원영이의 점이라던가, 예나의 입술이라던가.

 

黃: 그리고 참고하는 소스가 정적인 사진보다는 무대 의상이나 안무 동작을 살려서 많이 그렸더라.

 

- 저는 활동의 흐름을 그리는 것에 좀 집착하는 편인 것 같아요. 지금 그리고 있는 것도 시퀀스 무대 모음이고, 동작도 시퀀스 포인트 안무를 최대한 살려서 그리고 있어요.

 

黃: 사실 만만치 않다.

 

- 늦게 입덕 하게 된 만큼 이미 아이즈원이 활동을 열심히 한 상태였고, 라비앙로즈 활동 동안의 히토미 무대의상 모음 버전을 그리게 되면서 계기가 되었죠. 그 이후에 아이즈원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지면서 라비앙로즈 무대의상 버전이 완성되고 이런 식의 시리즈를 계속 그리게 되었어요. 아이즈원의 멋진 활동을 제 나름의 방식으로 아카이빙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도 했고요.

 

"아이즈원의 멋진 활동을 제 나름의 방식으로 아카이빙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도 했고요."

黃: 의상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물어보자 가장 그리고 싶었던 의상과 활동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의상이 같았나.

 

- 아... 그게 힘들어요. 최근의 시퀀스 같은 경우에도 처음 컴백 무대보고 이건 '유진이 무대다!' 하면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새로운 무대에서 더 욕심나는 유진이의 의상이 있는 거예요. (웃음) 다시 그려야 하나 고민을 하기도 했어요. 대게는 활동이 마무리된 이후에 그리기 시작하기 때문에 그리고 싶은 무대 버전의 의상으로 그리고 있어요. 물론 의상이 너무 복잡하거나 하게 되면 그리고 싶어도 표현을 못해서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요.

 

黃: 좋아하는 것은 정하면서 약간의 타협이 있다.

 

- 네. 그래서 완성을 못하고 업로드하지 않은 그림도 많고...

 

黃: 그림을 그리다 보면 모두 같은 그림체는 아니다. 500일 때쯤 그렸던 그림은 다른 느낌이다.

 

- 그 그림은 피에스타로 첫 1위를 했을 때, 울먹이는 은비 대신 유진이가 씩씩하게 수상 소감을 말하는 모습이 강렬하게 남아서 그리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은비 뒤로 유진이가 씩씩하게 서 있죠. 이렇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그 순간만 그리면 되는데, 꼭 12명을 모두 그리지 않으면 미완성인 것만 같은 그림이라 결국 한 캔버스에 12명이 있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그리게 돼요. 결국 이것도 미완성인 상태인데 언젠가는 완성하지 않을까요?

 

"12명을 모두 그리지 않으면 미완성인 것만 같은 그림이라 결국 한 캔버스에 12명이 있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그리게 돼요"

黃: 아. 그리고 이모티콘도 잘 보았다. 비록 한정이었다는 게 아쉬웠지만.

 

- 네. 더 잘 그리고 싶었는데...  많이 아쉬워요. 더 열심히 참여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작업을 한창 했어야 하는 시기에 제가 살인적인 혐생이었어요. 그래도 팀원 분들 덕분에 마무리까지 무사히 할 수 있었고 저는 그저 참여하게 되어서 영광이었을 뿐이에요.

 

黃: 이모티콘을 받고 본인도 열심히 사용했나.

 

- 네. (웃음) 그런데 이게 아무래도 팬들만 아는 텍스트들이 많아서 꾸랑해랑 지송지송을 가장 많이 사용한 것 같아요. 그리고 채원이의 '스땁!'이 제일 맘에 들었어요.

 

黃: 이번 평행우주 프로젝트에도 그림이 있더라.

 

- 네. 그렸던 그림을 올리신다고 해서 제공했죠. 저는 응원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시는 것에 대해서는 조건 없이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어요.

 

"멤버들을 그릴 때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행동을 하고 있고, 이런 것들에 대해 많이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黃: 그럼 주위의 반응을 떠나서 가장 애착이 가는 그림이 있나.

 

- 이거요. (위 그림 참조) 이렇게는 다시 못 그리겠더라고요. (웃음) 콘셉트는 아이즈원츄, 그리고 에어플레인과 하늘 위로라는 곡에서 영감을 얻어서 그렸던 것 같아요. 멤버들을 그릴 때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행동을 하고 있고, 이런 것들에 대해 많이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들고 있는 음료도 아는 형님에서 혜원이가 말한 취향에 맞춰 최대한 그리려고 노력했고, 관계성이나 습관 같은 것도 표현하려고 했고요.

 

黃: 그럼 언제까지 그릴 것 같은가. 아이즈원 그림.

 

- 제가 못 본 아이즈원의 콘텐츠가 없어질 때까지? 사실 마지막 활동은 혐생 때문에 제대로 따라가지도 못했어요. 정말 너무 아쉬워요. 앞으로 새로운 아이들의 활동도 응원하겠지만, 그간의 활동을 추억하며 되새겨가며 계속 그려 나가고 싶어요. 이 정도면 불태웠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덕질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아요.

 

黃: 다시 본질적인 질문으로 넘어가서 왜 팬아트를 그리나.

 

- 팬아트는 제가 아이즈원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방식이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즈원이라는 그룹은 제가 그림을 그리고 싶게 하는 영감을 줘요. 사실 저는 그림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아이즈원을 그리는 것 말고는 어디다 그림 그리는 재주를 쓰는 것도 아니어서. (웃음)

 

"피에스타 활동 당시 하얀 슈트."

黃: 그럼 마무리 질문으로 넘어가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무대의상은.

 

- 아... 세상에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요. 피에스타 활동 당시 하얀 슈트.

 

黃: 가장 많이 본 직캠은.

 

- 안퀀스. 최근 기준이고 아마 가장 많이 본건 엠카 2018년 11월 1일 O' My 히토미 직캠요. 이걸로 입덕 했거든요.

 

黃: 가장 많이 들은 노래는.

 

- 당연히 라비앙로즈죠.

 

黃: 가장 좋아하는 케미는.

 

- 아. 쌈빵입니다.

 

黃: 긴 시간 인터뷰 수고하셨다. 마지막 인사 부탁드린다.

 

- 음... 맘처럼 그려지지 않을 때, 답답하고 짜증이 날 때도 있어요. 그래도 아이즈원을 그리면서 행복합니다. 현생 없이 덕질을 하지 못하더라도 천천히 오래오래 아이즈원이 걸어온 시간, 앞으로 걸어갈 시간을 그려나갈 거 같아요. 앞으로도 아이즈원과 아이즈원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덕행덕했으면 좋겠습니다.

 

"천천히 오래오래 아이즈원이 걸어온 시간, 앞으로 걸어갈 시간을 그려나갈 거 같아요." (모든사진제공=토미(tom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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