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야경의 쉼터 '일상의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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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쉼표서울 심야버스에 설치된 일상의 쉼표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위대한 영화인 찰리 채플린(Sir Charlie Chaplin)의 유명한 명언 중 하나다. 이 말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건 대한민국 그 중에서도 서울의 야경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층 전망대에서 본 서울의 야경은 세계의 어느 도시보다도 아름답지만 그 작은 불빛 하나하나에는 야근에 지쳐가고 삶에 찌들어가는 우리들이 담겨있다. 

 

최근 트위터를 내려보던 중 재밌는 트윗을 하나 읽었다. 그렇게 지친 야경의 불빛들이 서울 심야버스 안에서 잠시 머리를 기대어 쉴 수 있는 쿠션 '일상의 쉼표'라는 것이 설치되어 있으며, 아쉽게도 올 11월 중순으로 시범 서비스가 끝나지만 시민들의 반응이 좋을 경우 서비스를 연장할 수도 있어 많은 홍보를 바란다는 글까지 말이다. 편집장은 당장 일상의 쉼표를 만든 프로젝트 그룹의 전화번호를 알아내고는 대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이번 '일상의 쉼표'의 프로젝트 그룹 기지개(KIZIGAE)의 정종환 총괄 디렉터와 잠시나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다른 기사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일상의 쉼표'에 대한 이야기를 황색언론에서 좀 더 귀기울여 들어보기로 하자.

 

기지개'일상의 쉼표' 프로젝트 그룹 기지개(KIZIGAE)

 


 

黃: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 황색언론 역시 작은 도움이나마 홍보를 해드리고 싶어 이렇게 대화를 걸었다. '일상의 쉼표'를 좀 더 효율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취지나 정보를 조금 더 주면 고맙겠다.

 

- 음.. 그럼 여기서 풀어볼까요? (웃음) 다른 기사들에선 안 나온 내용들도 꽤 많거든요.

 

黃: 좋다. 황색언론은 편집없이 다 실어드리겠다.

 

- 일단 우리나라가 갓난아기 때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 오버타임 학습과 근무에 시달리느라 평생을 쉴 틈 없이 쥐어짜이잖아요. 조상들이 부동산 사기라도 당한건지 여름에 제일 덥고, 겨울에 제일 추운 땅에 살면서 말이죠.

 

黃: 맞다. 구증구포도 아니고, 거의 황태가 될 지경이다.

 

- (웃음) 쥐어짜이는 우리네 인생들 속에서 외국인들은 한국의 야경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그거 사실 전부 우리가 밤에도 졸ㄹ.. 아니 밤에도 늦은시간까지 학습과 노동에 시달리는 명백한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어떤 나라들은 해만 떨어지면 집에 들어가서 놀아도 잘 산다는데 정말이지 벌써부터 욱 하고 감정이 올라오네요.

 

黃: 릴렉스하고 더 뱉어내보시라.

 

- 여튼 뷰티풀 야경 불빛들 중 하나로 살다가 심야버스를 타다보니 앉기만 하면 이미 의식은 뒤틀린 황천으로 떨어지는지라 뚝배.. 아니 머리를 자꾸 여기저기 부딪히게 되더라구요.

 

黃: 맞다. 안 부딪힐려고 애쓰다가 담이 오기도 하고...

 

- 원래 자라고 만든 버스는 아니지만 이 XX한 사회가 우리를 이렇게 쥐어짜는데 버틸 재간이 있나요. 투잡에 쓰리잡까지 뛰어야 자식들 입에 그 흔한 치킨 한 조각이라도 넣어줄 수 있는 삶을 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SNS같은 건 하실 틈도, 할 엄두도 못 내시는 분들이죠. 흔히들 사각지대라 하는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 하시는 분들입니다.

 

일상의쉼표우리의 각박한 일상에서 잠시 쉴 수 있는 '일상의 쉼표'

 

黃: 맞다. 씁쓸하다.

 

- 간간히 제가 너무 졸다가 깨워주시면 대화도 나눠보고 그러면서 소문난 마약베개만큼 편하진 않더라도 잠깐, 아주 잠깐이라도 '마음을 기댈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여기저기 준비과정 중에 피드백을 받아보니 실제로 1년에 10,000명 가까이 보험처리가 된 실내부상 통계가 있더라구요. 머리로 벨을 부순 사례나, 유리창을 머리로 부순 사례라던가 기둥이나 프레임에 박아서 혹이나거나 출혈이 생기거나 말이죠. 거기에 보험처리 안하고 넘어간 것들까지 생각해보면 꽤나 많지요. 그런 것까지 생각해서 이런게 있으면 우리 사회가 아주 '조금'이라도 달라지진 않을까.

 

黃: 조금이라도 쉴 수 있진 않을까.

 

- 제가 졸다가 머리를 박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세상이 다 망해버렸으면 좋겠다, 내가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그랬다가 이 생각이 나서 실제 샘플을 만들어서 현장테스트를 해보니 꽤 괜찮더라구요.

 

黃: 어떻게 시작해서 만들었나.

 

- 디자인도 사실 안전이 본질이지만 무슨 진짜로 안전용품같은 디자인으로 만들면 안전벨트 매라고 하는 것도 귀찮아하는게 한국사람인데 게다가 졸게 되면 차라리 아예 기대고 있는게 부상확률이 제일 적으니까 좀 더 접근 난이도가 낮은 디자인을 추구하다가 나온 디자인 이에요. 군더더기 없이.

 

일상의쉼표"꼭 서울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 분들의 희생을 조명해주세요! 제 이야기에 설득되셔서 자신들의 휴식을 갈아넣으셨습니다!"

 

黃: 디자인이 참 깔끔하다고 느꼈다. 11월 중순이 서비스 마감이라 했고,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좀 더 자세히 이 사업에 대해서 설명해줄 수 있나.

 

- 우선 제가 추친했지만, 서울시와 그리고 특히 '서울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측에서 자신들의 휴식까지 갈아넣어가며 서포트 해주셨거든요. 이슈가 되어서 널리 알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들의 휴식을 갈아넣은 운송사업 조합분들의 노고도 조명해주셨으면 합니다!

 

黃: 정말 휴식을 위해 휴식을 갈아넣으셨다.

 

- 서울시를 설득할 무렵에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쭉 설명하다 제가 먼저 도대체 서울의 여기저기 보이는 I.SEOUL.U는 대체 무엇입니까? 하고 먼저 제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서울시 고위 공무원부터 실무진들까지 그 어느 누구도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시민들의 의견들을 날것으로 그대로 보여주었죠. "가수 아이유 서울콘서트 홍보인줄 알았다." "나와는 별 상관없는 말장난 같다" 라고 말이죠.

 

그리고 제가 '일상의 쉼표'를 쭉 설명하고서 다시 I.SEOUL.U에 대해 여전히 답변을 못하시는 분들께 말씀드렸습니다. 답변을 여전히 못하시지만 이젠 우리 '일상의 쉼표'를 통해 우리 시민들에게 자신있게 답변하실 수 있게 될 겁니다. I.SEOUL.U는 우리 시민들의 삶 속에 감동을 드리는 작은 '배려'라고 말이죠. 그렇게 서울시를 설득해내고, 일상의 쉼표를 추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허와 상표권은 이미 출원을 넘어 등록까지 다 마친 상태입니다.

 

일상의쉼표프로젝트가 종료되면 모든 물량은 모두 파쇄해 다시 재생스펀지로 만들어진다.

 

黃: 그 '배려'가 큰 힘이 될 것만 같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없나.

 

- 꼭 서울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 분들의 희생을 조명해주세요! 제 이야기에 설득되셔서 자신들의 휴식을 갈아넣으셨습니다!

 

黃: 오늘 이야기 너무 좋았다.

 

- 따뜻한 관심과 심층인터뷰 감사합니다. 아참 이거 종료되면 사용한 물량들은 전량 싹 다 파쇄해서 다시 재생스펀지로 만들거구요 처음 기획할 때부터 쓰레기 0%로 기획했습니다. 처음부터 재생스펀지로 만들었고, 통채로 분쇄해서 다시 압착하면 재생스펀지로 부활하는 흑마법... 아.. 아니 친환경 컨셉입니다!

 

黃: 환경까지 생각하셨다니 대단하다. 오늘 이야기 너무 감사했다.

 

- 아닙니다. 저야말로 감사하고 즐거웠습니다!

 

기지개의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Kizigae/

일상의 쉼표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safetycomma/

 

일상의쉼표일상의 쉼표는 그저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손수 하나하나 클리너로 닦는 수고까지 잊지 않았다. (모든사진=일상의 쉼표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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