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2018)

반응형
반응형


 '블룸하우스가 선사하는 액션의 신세계'라니! 우리 모두 알고 있다시피, 영화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은 카피로 쓸 수 있는 건 다 끌어다 쓴다. 많이 쓰이는 카피들 중에는,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 있다. '유명한 모 영화'의 제작진 누구누구, '모 영화', '모 영화'의 배우 누구누구 혹은 감독 누구누구, '모 영화'와 '모 영화'를 만들어낸 제작사. 아마 모 영화의 사돈의 팔촌까지 꺼내지 못하는 걸 애석해할 사람도 있을 테지. 그리고 대개 자신의 연줄을 자랑하는 사람일수록 정작 본인이 가진 건 별로 없다.

 

 감독 리 워넬(Leigh Whannell)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스릴러, 공포, 미스터리 영화들로 꽉꽉 차있다. 가히 '서스펜스의 장인'이라 불러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업그레이드>의 서스펜스는 크게 나쁘지 않다. 킬링 타임이나, 데이트 무비 정도로는 딱 좋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면 좀 곤란하다. 일단 관객들을 끌어모으기는 해야 하니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잔뜩 높이는 마케팅을 한다. 그러면 나 같은 사람들이 거기에 속아 영화를 보고 난 뒤 이 영화는 기대 이하였다는 걸 자각하고 나서 이런 리뷰를 쓰곤 하지.

 

 <업그레이드>의 배경은 이러하다. 멀지 않은 미래이고, 사회 구성원들 간의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며, 대부분의 기계들이 인공지능을 보유한 사회. 운전한 필요가 없는 인공지능 자동차가 상용화되어 있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여전히 자기 손으로 운전하는, 과거의 유물 취급받는 - 우리에게 현재의 - 자동차를 몰고 다닌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인공지능 자동차의 오류로 인해 외딴 빈민 거주 지역 - 하등 쓸모없는 설정- 에서 전복되는, 부부가 타고 있는 자동차. 뒤이어 한 무리의 남자들이 자동차에서 내린다. 그들은 남자의 아내를 총으로 즉사시키고, 남자에게도 총을 쏜 뒤 반지 따위를 훔쳐 달아난다. 이야기가 진행되려면 남자가 죽으면 안되지. 총알이 빗겨나갔는지 어쨌는지 남자는 전신마비가 되어 목 위만 움직일 수 있다.

 

 

 그는 과학 천재인 지인의 도움 덕에 목뒤에 STEM을 이식받아 온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STEM은 인공지능이며, 몸의 주인이 허락하면 신체의 움직임을 자신이 관장하는데, 이때 발휘되는 능력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것이다. STEM의 도움을 받아 남자는 아내를 죽인 놈들을 쫓게 되고, 그 과정에서 STEM의 도움으로 점점 조직의 중심에 가까워진다. 그러나 신체를 관장하게 된 STEM은 극악무도한 방식으로 사람을 죽인다. 남자는 사람을 죽이고 싶어 하지 않지만 STEM은 아내의 복수를 위해 어쩔 수 없다며 남자를 회유한다.

 

 

 반신불수가 된 남자가 처음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고, 처음으로 범죄자들 중 한 명을 죽일 때, 관객은 그 씬까지는 아무런 가책 없이 후련해 할 수 있다. 복수는 폭력의 당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차여차해서 신체에 대한 권한을 STEM에게 넘긴 뒤의 복수극은 필요 이상이다. 잔혹한 묘사를 일일이 늘어놓지는 않겠다. 무튼 이 때문에 관객들은 뒤로 갈수록 조금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조직의 중심에 점점 가까워져 가는데, 마치 최종 보스처럼 보이는 - 스티브 부세미보다 덜 웃기게 생긴 - 남자. 이 역시 몸에 온갖 기계를 이식해 생체 에너지로 몸 안의 총에서 총알을 발사하며, 재채기를 하면 낚싯바늘처럼 생긴 미세한 물체들이 상대에게 날아가 호흡기로 들어간 뒤 체내를 마구잡이로 헤집어서 상대를 죽게 만든다거나, 눈에 띄는 이런 기발한 상상의 산물들이 있지만 단지 자랑만 하고 끝난다. 다음 전투에는 그 안타고니스트가 더 잔악무도한 최첨단 테크놀리지로 구현된 스킬을 쓰겠구나, 하고 기대를 했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 정말 맥이 빠질 정도로 전투가 싱겁게 끝난다.

 

 또한 남자가 액션을 할 때,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는 것을 주지시키는 것과 동시에 신체의 움직임에 따라 앵글을 앞뒤 좌우로 바꿔가며 팔로잉 하여 현란한 카메라워크를 보여준다는 점이 흥미로우나, 우리는 이런 효과들을 이미 많이 봤다. 한 번만 썼으면 좋았을 텐데, 전투마다 써먹으니 새로움이 없다.

 

 

 이 멋진 상상력의 산물을 조금 더 발전시켰더라면! 조금 더 돋보이는 연출이었다면! 하고 바라게 되지만, 그리고 그만한 포텐셜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영화는 그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정도의 연출에서 그친다. 많이 본 연출, 반복되는 카메라워크, 마지막 전투의 싱거움, 보여주기만 하고 써먹지 못하는 여러 장치들.

 

 와중에 이 영화는 1시간 40분이라는 '시간의 미덕'을 보여주어 '그래. 빨리 끝나기라도 하니 다행이다. 덜어내는 거 하나는 잘 하는군'하는 생각을 하게 하지만 사실 그 이상 보여줄 것이 없었기 때문에 100분으로 끝냈을 것이다. 제발 후일 누군가 이 영화를 리메이크해줬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끝까지 읽었는가? 자, 그럼 이제 <업그레이드>를 예매하라.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Copyright ⓒ 조태석


ⓒ 조태석

반응형

'황색문화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클리 조태석 11월 5주  (0) 2018.11.29
위클리 조태석 11월 4주  (0) 2018.11.22
더 팬 (1996)  (2) 2018.07.06
킬링 디어 (2018)  (8) 2018.07.05
서버비콘 (2017)  (0) 2018.02.24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