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암흑기의 추억 ② : 내리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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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

 

20세기 피날레를 화려하게 보낸 롯데 자이언츠의 21세기는 시작부터 그렇게까지 암흑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쁜 일이 그러하듯 조짐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과는 또 다르지만, 그래도 2000년의 롯데는 그나마 성적 자체는 어떻게든 나오는 팀이었다고 생각한다.

 

시즌 전 선수협 파동이 일어나자 롯데 자이언츠 구단 측에서는 팀의 핵심선수인 문동환, 마해영, 박정태에게 모두 훈련금지라는 강수를 두게 된다. 이는 가히 제 살 깎아먹는 최악의 조치로 어쩌면 그 때부터 비극은 예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36홈런 122타점의 성적으로 '검은 갈매기'라 불리던 용병 펠릭스 호세가 뉴욕 양키스로 복귀했고, 이에 88년 서울올림픽에서 미국 야구대표팀의 4번타자였으며, 대만리그에서 2년간 홈런왕을 차지한 용병 테드 우드를 영입했다. 투수진에서는 에밀리아노 기론이 잔류하고 후반기에 두각을 드러낸 손민한과 다시금 만개하기 시작한 박지철의 가세로 마운드에 대한 기대감은 뚜껑을 열어본 결과 심상치 않았다.

 

선수협 파동으로 훈련금지라는 처벌을 받은 문동환, 박정태, 마해영. (사진=포토로)

 

테드 우드의 실망스러운 성적을 필두로 훈련금지를 당한 문동환, 마해영의 성적이 급격히 하락했다. 게다가 불안요소는 더 큰 곳에서 일어났다. LG와의 원정경기에서 주포 중 하나였던 임수혁이 2루에서 쓰러진 것이다. 간신히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도착했으나 이미 때는 늦어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고, 그 후 다시는 임수혁의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었다.

 

이 당시 임수혁 선수의 가족은 롯데와 LG구단에 소송을 걸어 2003년 가족 측의 승리로 끝난다. 재판에서 패한 LG그룹은 그룹 내의 스포츠단 규정을 갈아엎으며, 고관절 수술 후 복귀한 김재현에게 FA협상 테이블에서 '부상 재발시엔 본인이 책임진다' 라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게 했고, 임수혁의 사례를 현장에서 직접 보았던 김재현은 협상을 거부하고 SK로 이적한다.

 

 

설상가상으로 시즌 중반기를 넘어가며 투수진에서는 문동환이 훈련 부족을 드러내기라도 하는 듯 부상으로 이탈하고, 타자에서도 부진했던 테드 우드를 방출하고 영입한 새 용병 데릭 화이트 역시 초반 3할 11홈런을 기록하며 준수한 활약을 보여주었으나, 시즌 막판 팔꿈치 부상으로 포스트시즌에서는 볼 수 없었다. 게다가 갑자기 9월에 미국으로 떠나 복귀하지 않은 채 계약이 해지되었고, 결국 데릭 화이트는 2002년 한신 타이거즈에 입단해서야 다시 아시아야구로 복귀를 하게 된다.

 

그라운드에 쓰러진 임수혁. (사진=중앙일보)

 

작년 에이스도 없고, 용병까지 난조를 보인데다가 안 그래도 약한 불펜진에 99년 활약한 정원욱까지 빠진 롯데 자이언츠는 간신히 5위를 기록하면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나, 박빙의 상황에서 3차전 손민한의 난조로 패배한다.

 

문동환이 후반기에 빠졌지만 다행히도 염종석이 어떻게든 복귀했고, 손민한, 박지철이 자리잡았으며, 에밀리아노 기론과 주형광이 건재한 선발진에 강상수가 23세이브를 찍고 불펜 에이스 박석진이 괜찮은 성적을 냈었다. 타자용병만 새로 어떻게든 대체하면 내년에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 전력이었지만...

 

문제는 2000년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승리 이후로 롯데팬들은 다음 포스트시즌 승리까지 근 8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는 것이다.

 


 

진짜 암흑기의 시작

 

2001년 팀의 간판타자라고 할 수 있던 마해영이 삼성의 김주찬, 이계성을 상대로 2월 1일 트레이드 되었다. 훈련금지라는 보복성 징계를 받고도 전년도 23홈런에 90타점을 올린 마해영이었지만 2차 선수협 파동의 여파로 결국 보복성 트레이드를 당한 마해영은 그 후 장기간 삼성의 중심타선으로 군림해 우승까지 기여하게 된다.

 

롯데의 아픈 손가락 '마림포' 마해영과 임수혁 (사진=부산일보)

 

시즌 시작 전부터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신인 우선지명에서도 1차로 지명한 추신수를 놓치고만 롯데 자이언츠는 다행히도 경남고의 유망주 투수(?) 이대호를 건져 올리게 된다. 용병으로는 강타자로 유명했던 호세 칸세코의 형이자 1983년 드래프트 2라운더의 촉망받는 유망주였던 아지 칸세코를 영입했으나, 시즌도 시작되기 전 시범경기에서 퇴출당하고 대체 용병으로 다시금 돌아온 '검은 갈매기' 펠릭스 호세와 2000년 멕시칸리그 홈런왕 출신인 훌리안 얀을 영입하게 된다. 기존의 에밀리아노 기론 역시 재계약에 성공하며 시즌을 시작한다.

 

시즌이 시작되고 뚜껑을 열자마자 일본진출을 포기하고 롯데 남은 에이스 주형광이 고작 2경기를 뛰고 팔꿈치에 탈이 나 재활군으로 내려가며 손민한이 빈자리를 채우게 되었으며, 기존의 선발진인 문동환, 기론은 오히려 작년보다 더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기론마저 7월에 퇴출되며 급하게 레이 데이비스와 계약하지만 데이비스 역시 성적부진으로 방출당한다.

 

하나둘씩 투수들이 부상으로 쓰러져나가고 타선의 파괴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최하위까지 내려갔지만, 그래도 최하위 롯데외 4위 한화의 게임차는 불과 5게임차의 근소한 차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선발진과 불펜은 조금 힘겨워도 주포인 호세와 박정태가 건재했고, 3할에 20홈런 100타점이라는 호성적을 기록한 조경환이나 김민재[각주:1], 최기문, 얀 등이 힘을 보태던 절대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은 타선에 힘입어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경쟁을 하고 있었지만...

 

덕장(德將) 김명석 감독 (1946-2001)

 

올스타전이 끝난 2001년 7월말 최악의 일이 터진다.

1999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2000년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던 덕장 김명성 감독이 과로로 쓰러져 결국 사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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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민재에게 2001년은 유일하게 3할을 기록했던 해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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