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코치들 현역 시절 등번호 사용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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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한화 이글스의 새로운 감독인 한용덕 감독과 새로운 코치진으로 합류장종훈 수석코치와 송진우 투수코치가 현역 시절의 등번호를 달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한용덕 감독은 지난해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때까지만 해도 두산 베어스 코치 시절 쓰던 77번을 등번호로 달았지만, 올해에 자신의 등번호를 자신이 선수 시절 쓰던 40번으로 결정했다. 기존의 40번을 단 선수는 최근 일본 한신 타이거즈로 이적한 윌린 로사리오(Willin Rosario)로, 그가 이적함에 따라 공백으로 남은 배번을 쓰는데에 큰 부담이 없게 되었다.

현역 시절 번호를 그대로 달기로 한 한화이글스 코치진 (사진=한화이글스)

하지만 장종훈 수석코치와 송진우 투수코치는 자신의 현역시절 등번호를 그대로 달기에는 애매한 상황이었. 바로 한화 이글스의 영구결번 세 번호[각주:1]중에 두 번호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단 측에서의 제의로 코치진들도 이를 수락했다는 후문이다.

 

장종훈 코치는 한화 이글스 최초의 영구결번의 주인공이다. 정식 드래프트가 아닌 연습생으로 시작해 '연습생 신화'의 주인공인 장종훈은 1992년 홈런 41개를 쳐내면서, 한국 야구에서 최초로 40홈런 시대를 연 주인공이며, 1991~1992년 MVP와, 1990년부터 3년 연속으로 홈런왕으로 전성기를 구사하며 은퇴 마지막까지 원클럽맨으로 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했다. 이에 2005년 은퇴를 결정하며 35번이 한화 이글스의 첫 영구결번으로 지정되었다.

 

송진우 코치도 마찬가지다. 철저한 몸관리에 대명사인 송진우 코치는 1989년 입단해 2009년까지 무려 21년간이나 선수 생활을 하면서 KBO리그 최다 승(210승), 최다 이닝(3003이닝), 최다 탈삼진(2048개)의 기록을 모두 가지고 있다. 1992년에는 다승과 구원왕을 동시에 석권했고, 2002년에는 골든글러브를 받기도 했다. 역시 2009년에 은퇴하면서 21번이 영구결번으로 지정되었다.

 

비슷한 사례가 있긴 했다. 자신의 배번인 22번이 영구결번이었던 SK 와이번스 이만수 전 감독도 미국에서 SK 와이번스 코칭스태프에 합류하면서 자신의 선수시절 번호인 22번을 달기는 했지만, 영구 결번으로 지정된 구단인 삼성 라이온스로의 복귀가 아니었기에 선수 시절 배번을 다는데만 의의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해당 구단의 영구결번을 해당 레전드 선수가 다시금 코칭스태프의 자격으로 다는 것이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한화 이글스의 사례처럼 이제는 KBO리그에서도 자신의 선수 시절의 번호를 다시 쓰는 코치들의 결정이 매우 반갑다.

한국에서는 이만수 전 SK 감독이 자신의 현역번호를 달았다. (사진=스포츠조선)

외국에서는 감독이나 코치가 되어도 자신의 번호를 그대로 가져가는 일이 흔하다. 미국 메이져리그에서도 추신수 선수가 신시내티 레즈에 있었을때 감독으로 유명한 더스티 베이커(Dusty Baker) 감독도 현역시절에 달았던 12번을 감독이 되어서도 계속 달았으며, 필라델피아 필립스의 레전드 라인 샌버그(Ryne Sandberg)도 필라델피아 필리스 감독이 되어서도 여전히 그의 배번인 23번을 달았다. 심지어 절대적으로 자신의 등번호에 욕심이 있는 감독도 있었다. 바로 일본 야구와 미국 야구를 오가며 활약하는 바비 밸런타인(Bobby Valentine) 감독이다. 그는 선수시절에 달던 2번을 85년 텍사스 레인져스 감독을 시작으로 뉴욕 메츠, 일본 지바 롯데에서도 계속 2번을 기존에 달고 있는 선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2번을 고집해서 달았다.

현역 시절 등번호 12번을 계속 달고 있는 더스티 베이커 감독 (사진=스포티비)

일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작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던 지바 롯데의 이구치 다다히토(井口忠仁)는 은퇴를 선언할 당시 감독이 되어서도 자신의 등번호 6번을 계속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올 시즌 전 감독인 이토 스토무(伊東勤) 감독이 퇴임하면서 작년 10월 14일 6번을 그대로 달고 새로운 감독 취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러한 상황은 센트럴 리그의 두 젊은 감독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는 이승엽 선수가 활약할때 알고 있던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다카하시 요시노부(高橋由伸) 감독도 자신의 현역시절 번호인 24번을 달고 있고, 한신 타이거즈를 대표하던 '아니키(兄貴)'[각주:2] 가네모토 도모아키(金本知憲) 감독도 한신 타이거즈의 감독으로 입단할때 자신의 번호인 6번을 달았다.

日 센트럴리그의 두 라이벌 요미우리와 한신의 두 젊은 감독 역시 자신이 선수시절 썼던 등번호를 그대로 감독이 되어서도 달고 있다. (사진=블로그 인간예찬)

하지만 한국 야구의 경우 지도자가 되면서 자신의 선수 시절의 번호를 버리고, 선수들에게 번호를 양보한다는 의미로 선수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뒷 번호를 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삼성 라이온스의 감독을 끝내고 기아 타이거즈로 돌아왔던 선동렬 전 감독도 현역 시절 번호이며 영구결번이었던 18번을 거부하고 90번을 달았으며, 이종범 코치 역시 한화 이글스 코치로 오면서 자신의 번호인 7번이 아닌 73번을 달았다. 그 외에도 우리가 기억하는 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감독이 되었지만 자신의 상징과 같은 번호를 선수들에게 포기하고 자신은 뒷자리번호를 단다는게 뭔가 아쉬웠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야구에서의 감독 및 코칭스태프들은 수트 차림이 아닌 선수와 같은 유니폼을 입는다. 이는 코칭스태프로서의 한 단계 높은 자리가 아닌 하나의 팀의 일원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능력있는 현역 선수들에게 자신의 등번호를 물려준다는 의미는 이해할 수 있지만 하나의 상징처럼 된 자신의 번호를 코칭스태프라는 이유로 포기한다는 것이 그 선수들의 오래된 팬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따름이다. 그 팬들은 여전히 선수 시절 번호를 달고 있는 전설적인 선수가 비록 이제는 선수가 아닌 코칭스태프이지만, 여전히 팀의 일원으로 서 있는 그 뒷 모습을 더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 벅차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생각에 이번 한화 이글스의 선수 시절 등번호 결정에 두 손 들어 환영하는 바다.

팬들은 다시금 이 선수의 뒷모습과 백넘버를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것이다. (사진=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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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구결번의 하나의 주인공은 현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민철의 23번이다. [본문으로]
  2. 1. 형의 경칭[애칭]. 2. (젊은이 또는 깡패들 사이에서) 선배; 형님.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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