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10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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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프로야구는 KIA 타이거스가 두산을 한국시리즈에서 누르고 통합우승을 차지하면서 끝났다. 이번에 유독 팬들의 기대가 많았던 롯데 자이언츠는 결국 가을야구를 맛 보는 것에서 그쳤다. 그래도 충분히 선수들은 시즌 중 특히 시즌 후반기에 훌륭한 성적을 냈고 그 중 팀의 중심타자 이대호 선수 역시 초반 150억이라는 중압감을 0.320의 타율과 34홈런 111타점으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어쨌든 이대호는 롯데의 4번타자, 그리고 다시금 받은 등번호 10번의 자부심을 계속 이어가게 되었다.

4년 총액 150억원 FA 최고액으로 한국에 다시 복귀한 이대호 선수가 10번 유니폼을 받던 장면 (사진=스포츠동아)

롯데 자이언츠에서 10번은 4번 타자의 상징이다. 1984년부터 1996년까지 '자갈치' 김민호 선수가 10번을 달고 롯데의 4번타자를 맡으면서 결국 1992년에는 우승을 맛보기도 했다. 그 뒤를 이어 성적은 부진했지만 조경환 선수가 2002년까지 10번을 달고 중심타자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2001년 경남고를 졸업하고 롯데에 입단한 이대호는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하고 2005년 등번호 10번을 처음 택하면서 2011년 그가 일본 진출을 할 때까지 꾸준히 그 번호의 주인이 되었다.

열 세 시즌을 오롯이 롯데에서 활약하며 통산 106홈런 0.278의 타율을 보였던 '자갈치' 김민호. 그 10번의 의미는 이대호에게로 전해진다. (사진=스포츠조선)

그렇게 10번을 이어받은 이대호는 이듬해인 2006년 타격 3관왕(타율, 홈런, 타점)을 시작으로 2010년 9경기 연속 홈런과 전무후무할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관왕(타율, 홈런, 타점, 득점, 안타, 출루율, 장타율)을 기록한다. 또한 꾸준히 하위권을 달렸던 롯데 자이언츠가 2008년부터 4년 연속 '가을야구'의 무대를 밟은 것도 이때다.

2010년 도루를 제외한 전 타격 부문 1위를 차지한 이대호. 우승이 아쉬운 롯데 자이언츠였지만, 국내 무대가 이대호에게 좁았던건 사실이었다. (사진=마이데일리)

하지만 이대호의 일본 진출 후에 남아있던 등번호 10번의 무게감은 엄청났고, 모든 선수들이 그 배번만은 피하고 싶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2012년 10번을 단 것은 신인 투수 송창현이다. 자신이 원했다기 보다는 신인으로 들어와 남아있던 번호를 고르던 도중 10번을 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송창현은 롯데 선수로 등록도 하기 전 한화 이글스 장성호와 1대1 트레이드를 당했고, 다시 빈 10번은 용병 스캇 리치몬드가 선택했다. 스캇 리치몬드는 오히려 이대호라는 선수를 몰랐기에 주저없이 남아있는 번호를 골랐다. 하지만 스프링 캠프에서 부상당한 그는 배번을 사직구장에서 보여주지도 못한채 귀국길에 올랐다. 그 뒤로도 하준호(KT위즈 트레이드), 안중열(다음해 등번호 2번으로 수정), 김대우(부진)도 10번의 주인이 되지 못해 소위 '10번의 저주'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제2의 악바리'라 불리며 허슬플레이를 아끼지 않았던 하준호의 10번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한 시즌도 보지 못한채 kt로 트레이드되었다. (사진=아시아경제)

두산에서 10번을 달던 최준석도 롯데의 10번의 부담감을 알기에 롯데로 돌아와서 택한 번호는 25번이었다. 또한 2016년 입단부터 달던 13번을 2016년에 10번으로 수정한 황재균 역시 다음해 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스플릿 계약을 맺으며 이대호를 위해 남겨놓은 듯 10번의 자리는 다시금 비게 되었다.

오비키 케이지는 바로 이듬해 야쿠르트로 트레이드되면서 이대호는 바로 10번을 되찾는다. (사진=오센)

그에 비해 이대호의 10번은 운명처럼 잘 맞았다. 초반 일본야구의 기싸움이었을까. 최고참 오비키 케이지(大引 啓次)가 달고 있던 10번을 이대호에게 양보하지 않았고, 이대호는 차선책으로 자신의 할머니 성함인 '오분이'의 5번과 2번이 있는 25번을 택하게 된다. (참고로 차선으로 선택했던 52번은 전 삼성의 용병 아롬 발디리스가 오릭스에서 달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시즌에 오비키가 야쿠르트 스왈로즈로 트레이드 되면서 10번은 공백이 되었고, 10번을 달고 승승장구하는 이대호는 소프트뱅크 호크스로도 넘어가 10번을 단 최고의 4번타자로 군림하게 되었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의 이대호의 10번은 그가 롯데에서 우승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보상해 줄 수 있는 등번호였다. (사진=스포츠비즈)

필자 개인적으로도 만만치 않을 거라 생각했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의 등번호 10번. 그것도 시애틀에서 10번을 달고 있는 선수는 같은 포지션 경쟁자 헤수스 몬테로(Jesus Alejandro Montero). 하지만 56번을 첫 배번으로 시작한 이대호는 결국 포지션 경쟁에서 이기게 되고 헤수스 몬테로가 방출당하자 미국 진출의 첫 유니폼을 또 다시 10번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결국 다시 만나게 된 수영초등학교 동창. 개인적으로 박지성과 이영표가 EPL에서 만났을 때의 투 컷 이후 감동스러운 사진이었다. (사진=마이데일리)

그렇게 운명같은 이대호와 10번.

 

농구나 축구에서도 영구결번이 존재하지만, 특히나 야구는 영구결번에 대한 의미와 등번호에 대한 상징성이 큰 스포츠이다. 이제는 하늘의 별이 된 故 최동원 선수의 11번에 이어 이대호 선수가 마지막 한국에서의 커리어를 멋지게 끝내고 영원한 '롯데의 10번'이 되기를 바란다.

롯데의 11번은 오직 최동원 선수뿐이다. 결국 저 자리 옆에 영원한 '자이언츠의 10번'도 함께 붙어있기를 바란다. (사진=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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