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독수리에겐 날개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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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은 사그라들고 수비는 구멍이 났으며 마운드는 기본 5실점 이상씩. 팀에 애정이 강했던 감독까지 경질되었다. 현재도 깜깜하지만 미래도 보이지 않는 총체적 난국, 여기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린다.

 

필자도 일단은 판교피플이다 보니 코로나 이슈때문에 몇 번 재택근무를 겪었고 오랜 시간동안 침묵을 지켰다. 다행히 계절이 바뀌고 햇살이 따가워지면서 야구만은 돌아왔지만 순조롭게 흘러가는 시즌과 달리 이번의 이슈는 한화 이글스이다. 롯빠 30년차인 필자이지만 처가집이 충북이라는 피하지 못할 사항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한화에 관심을 끊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의 연패에 이은 한용덕 감독의 경질은 신선한 이슈이자 난제였다.

 

한용덕한화를 사랑했던 프랜차이즈 스타 한용덕 감독이 결국 경질되었다. (사진=스포티비)


물론 한용덕이 해준 게 얼마인데 이렇게 내치느냐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드는 것은 사실이다. 전임자인 김성근이 말 그대로 풀 한포기 안 남기고 싸그리 망쳐놓은 팀을 운이건 실력이건 간에 어떻게든 추스려 다음해 3위까지 도달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은 큰 성과였다. 물론 당시의 LG, 롯데, 기아가 모두 뒷심부족으로 뒷순위로 싸그리 밀렸고 유독 2018시즌에 감독교체에 따른 잡음으로 인하여 NC다이노스 성적이 곤두박질한 것 역시 2018년의 한화에겐 호재였다.

 

하지만 호재에 이은 찰나의 준플레이오프가 끝난 바로 다음 해 2019년의 성적은 2017년보다도 하락한 9위, 그리고 작금의 2020년 늦게나마 시작한 시즌은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프로야구 최다 연패 기록 타이인 18연패라는 흑역사를 만들어내며 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18연패1985년 삼미의 프로야구 최대 연패인 18연패 타이를 기록한 2020년 한화 이글스 (사진=엑스포츠뉴스)

 

의리

 

한화 이글스의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대부분은 구 이글스 시절부터 내려온 한화 이글스 출신, 유서깊은 북일고 출신, 하다못해 북일고 코치 출신인 경우가 많다.

 

한화그룹의 기업이념인 '의리'를 보여주는 사례라면 사례겠지만 '칰무원'이라는 비아냥도 같이 받았다. 은퇴선수들을 그대로 코치로 받아들이며 고참의 노하우 전수와 은퇴선수에 대한 의리를 모두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선택이지만 대부분 코치로의 평가는 박했다. 물론 전 감독이었던 한용덕이나 장종훈, 김민재 같은 알려진 명코치들 역시 존재하지만 그 외에 좋은 평가를 받는 코치들은 잘해봐야 송진우, 강석천 정도나 겨우 존재한다.

 

한화코치현역 시절의 번호의 단 레전드 선수들은 명코치로 이어졌다. (사진=연합뉴스)

 

팀 고참선수들이 다시 코치로 돌아오면서 팀 분위기는 그들이 현역이던 시절에서 변한 게 없었고 김성근이 자기 코치진을 데리와 코치진 전체를 물갈이하던 시절엔 기존의 코치들을 죄다 내보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때는 김성근의 독재에 제동을 걸어줄만한 코치가 하나도 남지 않게 되어 팀의 투수들을 혹사시키기만 했다. 현재의 한화 코치진들 역시 1군 등록 말소된 코치들만 따져봐도 한화, 북일고 출신 코치들이 넘쳐난다. 모두가 같은 이야기만 하고 있으면 다른 의견에 눈을 돌릴 기회가 없어진다. 당장 영상이 찍히는 와중에도 전력분석실엔 자리의 절반도 미처 채우지 못할 만큼 선수단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육성

 

한화의 2군구장인 서산구장은 2010년대가 넘어서야 만들어졌다. 다른 팀의 2군 선수들이 전용구장에 재활센터, 클럽하우스까지 갖추고 숙식하며 훈련할 때 한화의 2군팀은 대전고 구장이나 근처 부대 연병장에서 훈련하는 동가식 서가숙의 생활을 했었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제대로 선수가 육성되기는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서산구장2010년도에나 완공된 서산구장. 그 전까지 한화 2군은 제대로 된 육성 시설을 갖추지 못했다. (사진=한화이글스)

 

류현진이나 김태균, 이범호 정도가 있지만 이들은 운좋게 픽업한 고졸신인 1년차부터 프로리그를 평정한 천재형 선수이거나 즉시주전감이었을 뿐 그나마도 성공적인 프로 1군선수라기엔 부족해 보이거나 내구성에 문제가 보였던 선수들인 박정진, 윤규진이나 안영명 김태완 등을 제하면 서산구장 완공 전까지 제대로 1군에 안착한 신인선수들은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미계약자 없이 가능성이 있고 젊고 어린 선수들을 모두 챙길 만큼 신인드래프트에 집중한 것도 아니고 기껏 뽑은 선수들조차도 최우석이나 김원석같은 멘탈적으로 구설이 있거나 딱 봐도 이런저런 기준 미달점이 보이는 성시헌 같은 선수를 같은 지역의 세광고 출신 좌완 김유신을 비롯한 포수 김형준이나 대전고의 신현수, 전민재 등의 선수들을 뒤로 한 채 그저 북일고등학교 출신 선수라는 이유로 1차지명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같은 해 1차지명 선수 중에 최초로 방출된 선수라는 불명예는 덤이다. 특히 투수진이 심각한데, 2008년 이후로 용병선수를 제외하고 평균자책점 3점대 이하를 기록한 한화의 투수는 류현진이 유일하다.

 

김원석북일고 출신이란 이유로 멘탈적으로 문제가 많았던 김원석을 입단시키기도 했다. SNS에서 다른것도 아닌 연고지 폄하를 한 글 (사진=구글이미지)

 

그나마 보유하고 있던 선발 유망주들인 안영명이나 김혁민이 1~2년 반짝하고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던 것은 덤이다. 쓰지도 않을 선수들은 입대를 미룬 채 2군에 보유는 하고 있는데 나이는 먹어가고 군입대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아 김응룡 감독 취임 후 2군 선수들이나 유망주들을 대대적으로 입대시켰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은 한화에게나, 말년의 김응룡에게나 엄청난 불운으로 피차에 상처만 남겼다. 슬프게도 그 후 취임한 김성근 시절에 팀이 어떻게 망가졌는지는 굳이 더 설명하고 싶지 않다.

 

신인 드래프트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대가는 몇 년간의 통계에서 드러난다.

 

김혁민한화의 에이스로 지목받았던 김혁민은 결국 아쉬운 이별을 맞이했다. (사진=구글이미지)


불과 2000년대만 하더라도 다른팀이 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까지 뽑고 신고선수까지 긁어모을동안 한화는 5,6라운드에서 지명종료하는 경우가 매우 흔했는데, 2000년대 이후 00년대 타팀의 유명 하위라운더, 신고선수들만 거론하더라도 그럭저럭 타팀에서 주전급이고 현재의 한화에서 능히 주전이 될만한 선수들이 꽤 있다.
 

이지영(現 히어로즈,08년 삼성 신고선수)
김현수(現 LG, 06년 두산 신고선수)
채은성(현 LG, 09년 LG 신고선수)
오재원(現 두산, 03년 두산 2차 9라운드 제일 마지막 지명)
양의지(現 NC, 06년 2차 8라운드 지명)
이명기(現 NC, 06년 2차 9라운드 지명)
정훈 (現 롯데, 06년 현대 신고선수)

 

물론 한화구단 자체가 육성에 크게 열성적이지는 않았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는 있다.

 

허나 유망주는 유망주일 뿐이라지만 그 유망주조차도 굳이 잡지 않고 미계약으로 둔다는 것은 안 그래도 탄탄하지만은 않은 팜이 더 빈약해지는 악순환이 되었고 장기적으로는 팀의 체질적인 문제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지금도 KBO 평균연령 순위가 가장 높고 평균연차가 가장 높은 팀은 평균연령 28.5세에 평균연차 9년인 한화다.

 

하지만 더욱 슬픈 것은 딱 35세 이상 연령대와 25세 미만의 연령대만 넘쳐나는 모래시계형의 기묘한 선수단 연령대이며 이는 팀의 중심을 잡아줄 중간 나이대의 선수가 거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김태균이제 이 시절의 김태균은 없다. 82년생 김태균은 확실히 에이징커브가 느껴진다. (사진=구글이미지)

 

27~33세 사이의 주전선수가 최재훈과 하주석 단 둘 뿐인데, 리그 평균 수준의 선수라고 하기에는 모자란 구석이 많다. 물론 팀내 최고 인기선수인 김태균이 아직 남아있지만 그도 최근 에이징커브가 드러나며 예전만 못하고 이젠 40줄이 코앞이다. 이 선수층과 연령 문제는 10년이 넘도록 해결하지 못했다. FA 영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개선과제다.

 

프런트와 모기업

 

한화그룹 고위층이 특정선수를 콕 찍어 저녁식사 겸 팬미팅을 요청하게 되면 당연히 구단 프런트와 코치진은 '높으신 분들'의 부탁을 가장한 명령을 거절할 수 없기에 감독이나 코치의 의향과는 상관없이 해당 선수와 약속을 잡고는 그룹 높으신 분들과 맛있는 만찬을 즐긴다.

 

이렇게 모기업 고위층 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난 선수들은 '윗 선에서 눈여겨본다' 거나 '어느 분과 줄이 닿아있다' 는 인증마크가 붙고 선수들은 이를 '완장'이라도 된 듯 생각한다. 몇몇 구단에서는 선수들 몇이 그룹 고위층에 직접 핫라인을 연결해 조치를 부탁하거나 팬들 앞에서 감독 욕을 하고 다녔다는 이야기는 이미 전설이다.

 

한화한화 이글스 로고 (사진=구글이미지)

 

당장 한화 역시도 몇 년 전에 외부에서 영입한 베테랑 선수들끼리 라커룸에서 드잡이질하기 직전까지 가면서 싸웠다는 흑역사가 존재한다. 물론 한화 프런트도 최소한의 노력은 했다. 작년 9위를 기록했을 때는 팀컬러가 문제라는 판단으로 팀 분위기를 쇄신하려고는 했지만 선수단 측에서 베테랑들을 주축으로 고참들 홀대한다며 프런트에 반기를 들었고 이는 최소한의 길을 제시해야 할 프런트마저도 길을 잃고 헤매다 결국 모기업 지시만 따르고 현상황을 방관하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정민철 이전의 단장이던 박종훈은 취임하자마자 '1군 감독은 경기운영에만 집중하시고 스카우트를 포함한 선수육성은 구단이 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당시 구단의 설명은 '높으신 분'의 뜻이라고 했는데, 그로부터 3년이 지나고 나서 2020년 6월의 한화는 베테랑과 프랜차이즈 선수들에게 고개를 숙였다가 8일엔 리빌딩을 거론하고 있다. 단장 위의 윗 분이면 대체 누구겠는가. 물론 그 윗분들이 가장 신임하던 인물 중엔 전임감독인 한용덕도 있었지만 이젠 떠난 사람이고, 물론 다음 사람도 신임하던 인물이 되겠지만 여기서 더 변화가 없다면?

 

 

이 역시도 높으신 분의 뜻이라면 한화 팬 분 여러분들이 그렇게 좋아하시는 '회장님'께서는 한화 이글스라는 야구단을 그저 자기 취향대로 주무르고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 정도로 인식한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높으신 분'을 빙자하여 회장의 눈을 가리고 귀엔 감언이설을 일삼는 누군가가 더 존재한다면 이건 이것대로 더 큰 문제겠지만.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기억하라. 어쩌면, 적은 내부에 있을 수도 있다.

 

총평

 

아주 오래 전 김인식 감독 이후 한대화 감독마저 주춤하고 무려 최고 명감독이라는 김응용마저도 경질당하고 나서 UCC 제작에다 현수막까지 걸고 릴레이 1인시위까지 해가며 김성근을 굳이 데려온 것은 다름아닌 한화 팬들이었고, 그렇게 김성근이 부임하고 팀이 풀 한포기 안 남기고 완전히 망가진 것을 겨우 겨우 추스려 어떻게든 정규시즌 3위까지 올린 사람이 전 감독인 한용덕이었다.

 

한용덕코치이자 선배이기도 했던 한용덕 감독은 망가진 한화를 어쨌거나 3위까지 올렸다. (사진=한화이글스)

 

어쩌면 이때쯤 리빌딩을 제대로 실시해 팀을 정비해야 할 타이밍이었을지도 모르지만 2018년의 호성적에 취해 시기를 놓쳤다. 그리고 물론 한용덕 역시도 출첵야구와 쓸 사람만 타석에 세우는 쓸놈쓸 야구, 부상을 입어도 경기엔 뛰어야 한다는 괴상한 아집으로 홈승부때 충격을 심하게 받아서 몸도 채 못 가누던 최재훈, 귀가 찢어져 10바늘 넘게 꿰매는 부상을 입은 김회성, 손목부상에 시달리던 정은원 모두 '이글스 정신'라는 해괴한 이유로 주전출장을 계속 이어갔으며 장기적으로는 팀에 좋은 방향이 되지는 못했다.

 

물론 한화 이글스의 선수층이 너무 얇아서 주전선수 중 하나라도 빠지거나 부진하면 바로 티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당장의 보신을 위한 무리한 선수운용과 조급증은 첫해의 성과 이후 19, 20시즌 투수진 붕괴와 베테랑 선수들과의 분쟁으로 이어져 이용규는 1년간 통으로 시즌을 날려야만 했고 결국 감독 본인이 유니폼을 벗는 결과를 낳았다. 그렇게 유니폼을 벗는 과정 역시 매끄럽지는 못했고 모기업은 핵심코치들이 모두 말소된 경기를 방치하며 대놓고 '꼽'을 주는 듯한 모습에 감독 레임덕만 증명한 채 최악의 결별이 되었다. 선수들이 마치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집중력이 떨어지고 감독 지시에 실실 웃는 고참선수들의 모습과 그동안 선수 전력을 제대로 모으지 못하고 감독에게도 힘을 실어주지 않은 구단 윗선의 추태는 덤이다.

 

김회성귀가 찢어저 10바늘 이상 꿰매면서도 경기에 '이글스 정신'이란 이유로 경기에 출장했던 김회성 (사진=엑스포츠뉴스)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최소 20년 전부터 모두가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게 바뀌지 않는다. 한화 역사에 남을 에이스 류현진이 떠난 이후의 2010년대 한화 이글스의 성적은 그렇게 아름답지는 못했다. 하지만 류현진이 있을 적에도 문제였던 것들이 아직도 바뀌지 못했다. 논란은 있었다손 쳐도 그전 감독들이었던 김인식, 김응룡, 김성근 모두 한국 야구사에 이름을 남긴 감독들이었지만 유독 한화에서만은 아름답게 이별하지 못했다.

 

더 이상 '명장들의 무덤' 소리를 듣는 일은 없어야만 한다. 당장 추락하고 있는데 날개가 있다 하여 무슨 소용이 있는가? 지친 날개를 잠시 접고 쉰들 다시 추락하게 된다면 쉬는 의미가 없다. 더 이상의 무너짐은 없어야 한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금 주저앉으면 당장 내일조차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위기가 현상황을 재고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명장들의무덤한국 야구사에 한 획을 그었던 김인식, 김응용, 김성근이 모두 아름답지 못한 이별을 맞이했던 팀이 이글스다. (편집=황색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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