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이파크의 특별한 은퇴식

유독 시작은 요란해도 끝은 초라했던 요즘 시대를 보며 글을 남긴적이 있었다.

 

2017/10/28 - [황색문화/연예] - 마지막을 환영하는 법

 

그런데 이번 K리그로 승격한 부산아이파크에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을만한 작지만 아름다운 은퇴식이 열려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은퇴식의 주인공은 1991년 대우 로얄즈 시절부터 지금까지 '원클럽맨'으로 활동한 분이다. 선수가 아니다 29년간 선수단 숙소를 관리했던 김행순(62)씨의 은퇴식이다.

 

선수뿐 아니라 모든 직원의 마지막까지 박수치는 구단이야 말로 명문구단이다. (사진=부산아이파크)

 

당시 K리그에 클럽하우스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을 시절 스폰서기업인 대우에서는 해운대구에 위치한 대우마리나 2개동을 숙소로 사용하게 했다. 사실 제공은 했지만 일반 가정집과 다름 없었기에 젊은 선수들이 생활하는 환경은 뻔했다. 그래서 더욱 김씨의 손길은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부산아이파크에서 더 이상 달 수 없는 '16번'의 김주성을 비롯해 하석주, 이민성, 안정환, 송종국까지 부산에서 활동한 선수들은 이 분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항상 유니폼부터 방 청소까지 뒷바라지하며 챙겼고 그런 그녀를 선수들은 '어머니'라 부르며 따랐다. 매체에 따르면 김씨의 성실함은 29년동안 휴일을 제외하면 아들을 군대 보낸 하루만을 결근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부산아이파크의 조덕제 감독도 대우로얄즈 선수였다. (사진=부산일보)

 

마지막을 맞은 김씨의 특별했던 순간도 '어머니'다웠다. '킹스로드'를 만들던 대우로얄즈의 황금기에도 부산출신의 선수들이 2002년 부산에서 감격의 첫승을 이룰대도, 최근 오랜 방황 끝에 1부 리그를 오를때도 모두 기뻤지만 숙소에서 부상없이 편하게 웃으며 생활할때를 가장 멋진 순간으로 말해 마지막까지 선수들을 뭉클하게 했다. 이에 마지막 날 팀훈련을 잠시 미루고 작지만 특별한 은퇴식을 가졌고, 안기현 대표와 그 역시 대우로얄즈 선수였던 조덕제 감독을 비롯해 구단 직원과 선수단이 모두 모여 아쉬운 석별의 시간을 가졌다.

 

이번 부산아이파크의 행보는 모든 구단들에게 귀감이 될만하다. (사진=부산아이파크)

 

땀흘려 일한 모든 이들의 마지막까지 박수를 치며 보내는 이런 모습. 성적이 모든 걸 설명해주는 프로스포츠지만 연고를 갖고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구단이 보여준 이런 따뜻한 은퇴식은 정규 시즌 1승 이상의 소중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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