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힙합 物語 Vol.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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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단속법 위반으로 체포된 네리 마자훠카의 D.O (사진=와루몽)

 

2010년대로 넘어온 일본 힙합 씬은 희소식보다는 아쉬운 소식이 좀 더 많다. 우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링컨'의 기획으로 게닌(芸人)[각주:1] 나카가와 츠요시(中川剛)를 랩에 입문시켜 힙합 아티스트로 만든다는 취지로 탄생한 프로젝트 그룹 '네리 마자훠카[각주:2](練マザファッカ)'의 멤버들이 2009년부터 마리화나 사용 및 마약 매매 혐의가 적발되면서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특히 프로젝트의 리더 격이었던 D.O(스도 시게야스)가 코카인 소지, 사용을 적발당해 마약단속법 위반으로 체포, 그 후 유죄판결을 받는다.

 

진통 끝의 2010년대

 

테리야키 보이즈(TERIYAKI BOYZ) (사진=위키피디아)

 

앞서 설명한 마약 사태로 인해 음반 유통사인 에이벡스(AVEX)는 DO와 네리 마자훠카가 참여하거나 동일명의로 발매된 모든 음반과 음원을 판매금지 및 회수하고 전년도에 D.O가 참여한 지브라(ZEEBRA)의 무도관 라이브 DVD는 해당멤버의 출연장면만을 편집해 삭제한 후 출시하게 된다. 그리고 랩퍼 시다(SEEDA)는 엠플로(m-flo)의 버벌(VERBAL), 립 슬라임(RIP SLYME)의 일마리(ILMARI)와 료지(RYO-Z) 등으로 구성되어 승승장구하던 글로벌 유닛 테리야키 보이즈(TERIYAKI BOYZ)에 대한 디스곡이 발표되어 화제가 되었다. 그러자 MSC가 시다를 다시 디스하고, 시다 역시 디스곡을 발표하는 등의 때 아닌 디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2010년 언더그라운드 힙합계를 오래동안 지켜오던 재즈힙합의 거장 DJ였던 누자베스(nujabes)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2012년에는 데뷔 앨범부터 극찬을 받으며 꾸준히 일본 힙합 씬을 지켜온 니트로 마이크로폰 언더그라운드(Nitro Microphone Underground)가 4번째 앨범을 발표하고 해산하기도 했다.

 

나이키에서 발매한 니트로 마이크로폰 언더그라운드 10주년 기념 에어포스 (사진=포스에어닷컴)

 

그러나 기존에 설명했던 케츠메이시가 자신들의 히트곡인 토모다치(トモダチ(친구))를 일본 고교 사회교과서에 등재시킬 정도의 거물로 성장해 국민 힙합그룹으로 자리잡았고, 여성 래퍼인 다오코(DAOKO)나 레게풍 힙합을 선보이는 페이크 타입(FAKE TYPE), 그리고 최근에는 '잊지마(IT G MA) 피쳐링으로 국내에도 이름을 알린 한국계 일본인 코오(KOHH) 등이 신진세력으로 등장했다. 또한 탈퇴했었던 엠플로의 원년멤버 리사(LISA)의 복귀, 킥 더 캔 크루(KICK THE CAN CREW)의 부활 등은 악재만큼 돌아온 일본 힙합 신의 호재라 하겠다.

 

SEEDA & OKI (GEEK) - TERIYAKI BEEF  https://www.youtube.com/watch?v=Kncxufz05Nk

 

DJ존MC비

 

일본 힙합은 이렇게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나타나 주류에 자리잡기도 하고 혹은 아예 언더로 내려가거나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기도 하지만 얼터너티브 록이나 아이돌 수준의 메이저 장르까지는 도달하진 못했고 상기의 엠플로나 립 슬라임처럼 클럽튠이나 대중적인 콜라보의 색을 추가로 보여주면서 일시적으로 포크+레게나 시부야계로까지 분류되기도 한다. 물론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재즈힙합의 누자베스나 이젠 힙합에서 약간 멀어졌어도 트립합, 빅비트계열에서 이름을 알린 디제이 크러쉬(DJ KRUSH)같은 거물급 아티스트들도 있고 밴드나 일렉트로니카같은 메이저 수준은 아니더라도 1편에서 말한 것처럼 장르의 메카라고 하는 일본에서 세계적인 트렌드인 힙합이 가려져 보이는 이유는 뭘까.

 

공교롭게 같은 해, 날짜에 태어나 둘 다 빨리 세상을 뜬 제이딜라(J Dilla)와 누자베스(nujabes)의 팬아트 (사진=카이로신)

 

일본 출신으로 유명한 DJ는 상기의 누자베스나 엠플로의 타쿠(TAKU), 솔드아웃(SOUL'd OUT)의 신노스케 등 꽤 많은 아티스트를 손에 꼽을 수 있겠지만 MC를 대보라면 앞선 엠플로의 버벌이나 지브라,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코오 정도가 있을 것이고 래퍼 개인만의 활동으로는 요즘에서나 좀 유명해진 감이 있다.

 

이는 당장 일본이라는 국가 자체가 이미 사카모토 류이치가 메인 키보디스트였던 그룹 YMO(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로 전세계에 이름을 알린 바 있는 수준급의 일렉트로니카, 신스팝 그룹을 국민 밴드로 보유하고 있었기에 신디사이저에 대한 접근이 쉬웠으며, 아무 걱정없던 호황기의 버블경제를 기반으로 일본에서 출발한 야마하(Yamaha)나 코르그(KORG), 롤랜드(Roland) 등의 일본 전자악기 기업들의 융성을 바탕으로 양질의 턴테이블이나 샘플러를 쉽게 구할 수 있었던 환경을 기반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nujabes - Battlecry (사무라이 참프루 OP)  https://youtu.be/58ZUYfUC3DM

 

예를 들어서, 한참 예전에 클래식 전공자 3명이 대중음악을 하던 그룹인 베이시스가 국내에서 데뷔했을 때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회상해보면 간단하다. 베이시스는 몇몇 곡이 화제가 된 그룹이었지만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진 못했고 남성멤버인 정재형은 베이시스 2집에서 잘 추지도 못하는 댄스까지 공중파 방송무대에서 시도하다 결국 해체 후 프랑스 유학을 선택한다.

 

우습게도 이는 미국 힙합의 발전과도 묘하게 닮아있는데, 미국 힙합 역시 클럽에서 DJ가 곡을 선곡하면 사람들이 펑키한 디스코나 훵크, 레게 음악에 춤을 추던 것으로 거의 DJ들이 초기에 큰 기반을 닦아놨기 때문이다. 이에 댄스와 춤은 먼저 들어와서 받아들여졌지만 랩이라는 음악장르의 비주류성을 상당히 오래 거친 우리나라 힙합과는 굉장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일본 힙합의 현상황에 대해, 이것이 미국 정통파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과연 '펀치라인'과 '스킬'을 내세우는 분들은 무슨 말을 하게 될까?

 

디제이 크러쉬 (DJ Krush) (사진=비트스팟)

 

그리고 글램록, LA메탈의 분장과 하드록 장르 위주의 음악이 결합된 '비주얼 록'이나 '스무스 재즈'의 쿨함, 어덜트 컨템포러리와 재즈의 형식을 결합한 시티팝 등 크로스오버적인 장르를 결합시켜 또 다른 성향으로 만드는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본인 만큼 힙합에서 출발해 빅 비트나 R&B, 일렉트로니카 클럽튠으로의 전환도 쉬웠고 다시 여기서 '재즈힙합'이라는 장르나 프리템포처럼 믹싱을 통한 재즈나 보사노바적인 시도를 통해 시부야계나 애시드팝 계열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에 MC나 랩퍼들이 먼저 유명세를 얻고 사운드의 구성보다는 단순한 '랩', 그 중에서도 라임, 스킬, 펀치라인을 강조하는 우리나라 현 힙합 씬과는 극명하게 차이를 보이며 팀 자체의 유명세가 높은 만큼 팀 소속인 개개인의 아티스트들이 크게 이름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비교가 될 수 있다.

 

생활 힙합

 

쇼미더머니와 그 페이스오프 프로그램인 언프리티 랩스타, 고등래퍼를 제하면 한국의 티비프로그램에 힙합 관련한 프로그램이 몇 개나 있을까. 기껏해야 힙합의 민족 정도일 것이다. (이 프로그램도 일종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엔 최소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고정코너가 있거나 관련 대중매체가 꾸준히 힙합 음악에 대해 주목하거나 관련된 기획을 편성하고 유지해왔다.

 

고교생랩선수권(高校生RAP選手権)에 출전해 유명해진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여고생(JK)래퍼 챤미나 (사진=구글)

 

기타노 타케시(北野武)로 유명한 감독이자 게닌 비트 타케시(ビートたけし)[각주:3]가 자신의 간판 프로그램인 '천재! 다케시의 기운이 솟는 TV'라는 황금시간대 버라이어티에서 1년간 '댄스 고시엔' 이라는 이름의 스트리트 댄스 대회를 열거나 '유파-R'이라는 레게, R&B, 힙합관련 방송을 장기적으로 꾸준히 방영해줄 정도로 힙합이라는 문화에 대해 친근하고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특히나 랩배틀 문화에 대해서는 다양하게 발전하여 일반인 참여가 가능한 프리스타일 랩 배틀이나 고민상담 랩배틀, 게닌 랩배틀 등의 이벤트를 통해서 '래퍼나 연습생이 아니면 참여자격이 없다.'며 오버와 언더의 갭만 벌려놓는 식의 고질적인 선민의식과도 비슷한 진입장벽도 많이 완화되고 있다.

 

 한국계 여성 래퍼 챤미나(ちゃんみな)의 랩배틀 영상 - https://youtu.be/puxoC8KyxPA

 

또한 한일간의 의식 차이겠지만 공연자들의 과거 논란이나 성매매, 학교폭력 가해 등 사생활 논란으로 몇몇 참가자들이 하차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진 고등래퍼와 달리 일본의 고교생 랩 선수권은 굳이 고등학생이 아니어도 연령대만 맞다면 참가가 가능한 편이라 소년원 입소경험이 있는 전과자나 중졸, 중퇴자들도 폭넓게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본의 랩과 힙합은 생각보다 음지에까지 크게 자리를 차지하고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물론 최근 우리나라 래퍼들처럼 자극적인 가사나 사생활적인 논란거리로 입방아에 오르내리면서 이름을 얻는 뮤지션들이 일본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그렇게 보는 사람 민망하게 만들 허세 잡을 필요없이 기본적으로 '음악이 좋으면' 충분히 팔리고 명성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부러운 환경인 건 사실이다. 이렇게 일본힙합에 대해 겉핥기 이야기를 마칠까 한다. 힐클라임이나 노바디노우스, 반야, 소울스크림 등 여기서 소개하거나 다루지 못한 양질의 힙합 뮤지션이 많아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 글을 보시고 겉핥기라도 좋으니 일본힙합에 대해 관심을 갖고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센다이에서 열린 11회 고교생 랩 선수권 티저이미지 (사진=패션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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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본에서 코미디, 희극 등을 아울러서 지칭하는 말. 한국어에서 코미디언, 개그맨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오와라이게닌(お笑い芸人), 또는 간단히 게닌(芸人)이라고 부른다. [본문으로]
  2. 힙합에서 자주는 나오는 '머더XX'의 그 것이 맞다. [본문으로]
  3. 코미디언 활동은 비트 타케시 명의로 나오고 영화감독 활동은 기타노 타케시 명의로 나온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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